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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찾아오는 서예가들 모습에 희망 놓을 수 없어"
[새전북이 만난 사람] ■윤점용 이사장
2017년 02월 14일 (화) 글 김혜지·사진 오세림 기자 khj322@sjbnews.com
   
 
   
 

“타 시·도에 가더라도 서예가들은 경쟁력이 있고 전북출신들이 서울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 5,500명 중 전북은 300여명입니다. 전라북도 서예가 외부에 가더라도 뒤처지지 않는 역량을 지니고 있고 입지를 다졌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호암 윤점용 씨는 올해 연임하는 것에 대해 남아 있는 숙제를 끊김없이 이어갈 수 있는 기회로 받아 들였다. 그동안 이사장을 맡으면서 처음 서예비엔날레를 지방으로 유치해 수도권 중심의 축제 분위기를 각지에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서예가들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서예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전주로 찾아들었고 전북지역 서예 위상을 다시금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전반적으로 서예가 상당히 위축된 실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사장으로서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서예진흥재단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서예진흥법을 추진하고 통과가 되면 기획과 예산 설립을 통해 사업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예는 전통문화 분야에서 인구가 많은 편이에요. 전국적으로 이러한 인식이 팽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도 멀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다보니 초, 중, 고 과목이 아예 없어진 것은 물론 대학에서도 폐과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은 취업을 생각해야 하는데 서예 전공을 살려 갈 수 있는 길이 녹록치 않다보니 더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어르신들이 배우는 분야로 한정 짓고 흥미를 얻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삼만, 강암, 석전등 서예의 본향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걸출한 서예인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 3년 전 처음 전주에서 대한민국 서예대전을 개최했는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라북도가 서예의 메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 서예가들이 자발적으로 전북을 찾아오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아직 희망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무조건 행사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죠.”
그는 이사장에 출마할 때 공약으로 서예의 저변확대를 주장하며 각 시·군 지회, 지부 80여개 활성화를 1번으로 꼽았다. 대한민국서예협회는 1988년도에 창립돼 26년 동안 주로 서울에서만 전시를 주로 했던 것을 처음 깬 것이다.
“호응이 정말 좋아요. 각 지방자치단체나 지회에서도 다시 한 번 찾아달라고 다시 한 번 연락이 와요. 서예는 어디에서든지 바로 써서 내걸 수 있는 퍼포먼스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어서 어떤 행사든지 잘 어우러져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해외전시 기회도 많았다. 이집트, 뉴질랜드, 인도 등 아랍권에서 하고 독일 베를린 회원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집트에서 일주일동안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지중해 쪽에 있는 도시에서 서예 강좌를 해주며 학생들에게 한국을 소개한 그는 “히잡을 쓴 친구들에게 붓을 쥐어줘서 붓으로 써보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학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통해 우리나라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활동들이 한국의 서예를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서예를 통해 한국이란 나라를 궁금해 하고 가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에 지회도 설립됐기 때문에 앞으로 교류전도 계획 중이다.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려는 욕심보다 그가 직책을 맡고 있는 한 꾸준히 서예가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다. 어떤 사람이 오든 수월하게 이끌고 가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과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바마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사람들이 미셸 영부인에게 붓을 쥐어줘서 휘호를 하게 했습니다. 외국 인사가 왔을 때 자신의 문화가 이것이라고 소개하는 모습은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중국 서예는 여러 방면에서 활개를 치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20년 만에 한국과 중국이 뒤바뀐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비엔날레에 중국 서예가들을 초청하면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중국은 정기과목으로 서예가 지정돼 있어요. 전통을 지키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이 기반이 돼야 합니다. 학생들이 묵필가지고 ‘서예로 하는 사자소학’, ‘서예로 하는 명심보감’ 등을 한 권정도 마스터한다면 인성 교육 차원에서도 굉장히 좋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유교문화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하는데 서구문명에 밀려 혼란이 오고 있는 것을 문제로 꼽기도 했다. 기성인들은 동양 문화권에서 자기들이 살아온 과정이 유기적이고 전통적이라면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부작용은 전통문화 교육, 인성 교육이 뒷전으로 빠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것. 해결의 실마리는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며 서예진흥재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어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남녀노소 누구나 오랫동안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문화라고 했다.
“돌아가신 강암 선생께서 하신 말이 서예는 단전호흡이 되고 손끝을 계속해서 쓰기 때문에 오장육부가 다 운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의미를 지닌 글귀를 하얀 화선지에 펼쳐 쓰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 행복은 느껴봐야 알 수 있죠.”

강암 선생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한옥마을 강암서예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여행객이 다녀가고 있는 관광지이지만 단순 전시장에 그쳐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것. 당시 현존작가 이름으로 서예관을 설립한 것은 최초이고, 그만큼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서예 장학생 선발을 한다든지, 강암서예대전을 치르는 등 자체적으로 발전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부차원에서 후진교육 지원이 이뤄져야하고 서예저변확대 위해서는 강사 처우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만 봐도 전국에서 작가들이 찾아오고 세계적인 작가 작품을 기증받는 등 어느 정도 자리매김한 행사이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전시장이 없어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주어진 기회를 헛되이 흘려보내면 안되겠죠. 특히 젊음이 미래라는 말처럼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한국청년 서예가 선발전’을 열어 청년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청년작가상을 설립해 창작지원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조금씩 물꼬를 트다보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붓글씨를 쓸 줄 아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꼭 해외에 나가서 강의를 하거나 전시 계약을 맺지 않아도 훨씬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서예 문화를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호암 윤점용
전주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동 대학원 미술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를 인증 받았고 전주대학교 객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서예협회전라북도 지회장, 운영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서예협회 이사장,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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