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낯선 학교와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인 3월의 교실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탐색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3월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시기이고 출발점이다. 이 시기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과 따뜻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안착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변하는 4차 혁명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새로운 일과 직업을 창조해야 하며, 개방적인 사고로 삶을 살아가야 할 미래시대의 주인공들이다. 다가올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문제발견 능력, 문화적 감수성,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과 확산적 사고이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방향과 학교교육과정에는 이러한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한 노력이 적극 담겨야 한다.

오래전 고교에 입학하던 3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하나는 첫 생물 수업시간이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을 학교 뒤편 정원에 모이게 하고 교정에 있는 나무와 꽃들을 설명하며 이름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중간고사에 실제로 나뭇가지를 꺾어와 이름을 쓰게 했으니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생각나는 이름은 후박나무, 박태기나무, 가이스카 향나무 등이다. 선생님께서는 교과서 속의 식물이 아닌, 자신의 삶 속에서 꽃과 나무를 보고 가꾸는 방법을 가르치셨다.
또 하나의 기억은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던 학교 매점이었다. 매점에 가면 선배들이 직접 판매대에서 학용품과 과자류를 팔았는데, 물건을 사면 내 이름이 적힌 작은 수첩에 기록해주었다. 그리고 3년 후 출자금과 배당금을 나눠주었으니, 일찍이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체험했던 것이다. 그러나 교정의 아름다운 꽃동산은 도로가 나면서 사라졌고, 학교 협동조합도 입시중심 경쟁교육과 함께 언젠가 사라져 버렸다.

지난 1월 덴마크 학교현장 둘러보기 짧은 견학여행을 다녀왔다. 덴마크 학교현장에서 교과서 없는 수업, 다양한 예체능 방과후수업, 스포츠 동아리활동 등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내게 강렬한 울림을 준 것은 안정감을 주는 학교 공간이었다. 유·초·중·고 어느 학교를 가도 따뜻한 느낌의 조명, 정리된 실내공간과 교정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행복하다며, 그 이유로 학교가 안정감을 주고, 선생님이랑 친구들과 서로 돕고 더불어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
덴마크의 행복한 학교는 150여 년 전 교육운동가인 그룬트비가 주창해온 자유학교, 직업학교, 성인학교, 협동조합 등 다양한 교육내용을 학교교육 속에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시켜온 비결에 있다고 느껴졌다.
새 학기를 시작으로 대선 정국도 다가올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교육대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 교육의 발전과 변화를 기대해본다.

교육대개혁의 방향은 먼저 우리 교육현장이 획일화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특성화를 위한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교장공모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부가 대물림되는 불평등사회의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는 교육의 평등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입시제도 개편 방향은 소외계층 학생들의 교육 평등성을 실현하는 정신에 기초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래시대 생명력 있는 교육을 위해 지자체,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연계하고 협력하는 학교의 지역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핵심은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사기 진작에 있다.
3월의 길목에서 교육적 사명과 자부심을 가진 교사들이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 교육 환경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