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공학도인 김모씨(30)는 작년 가을 군산에서 인천으로 이사했다. 어렵사리 석사 학위를 땄지만 도내에선 취업할만한 일자리가 없었던 까닭이다. 자연스레 농특산품 가공사에서 식품안전 연구원으로 일했던 아내와 젖먹이도 동행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어떻게 고향에 남아 있겠냐”는 얘기다. 일자릴 찾아 떠나는 가족동반 이주, 두 부부만의 특별한 사연일까?

도내 청년층 10명 중 4명 가량은 고향을 떠나고픈 것으로 조사됐다. 주 요인은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전북도와 전북연구원은 5일 전주대에서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도내 청년층(19~39세) 1,500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전체 남성 응답자 39%는 타 지방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이보다 더 많은 45%에 달했다. 거주지별론 시 지역 41%, 군 지역은 50% 이상이 타 지방 이주를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주된 이유론 전체 48%가 취업과 고용문제를 지목했다. 교육(18%)과 여가문화(17%) 문제가 뒤이었고 주거(5%), 육아(2%), 물가(1%) 등 다른 요인은 미미했다.

전북도측은 “그만큼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의 고민이 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가운데 구직자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을, 취업자들은 타 지방보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근로환경을 문제삼아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연봉 희망액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조사결과 남성들은 최저 연봉보다 800만원 가량 많은 3,380여만 원을, 여성들은 1,000만원 이상 많은 3,240여만 원을 희망했다. 도내 기업체가 줄 수 있는 임금수준과 청년층이 희망하는 급여수준간 격차는 그만큼 컸다.
덩달아 취업과 고용분야 만족도도 매우 낮았다. 실제로 분석결과 5점 만점에 남성은 2.35점, 여성은 2.37점에 불과했다. 이는 남여 모두 교육과 주거, 육아와 치안 등 전체 9개 조사항목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남여 모두 고용 안정성을 비롯해 근무환경과 근로소득 등을 구직활동 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5점 척도로 환산하면 각각 4점 이상을 기록했다.
반대로 전공과의 관련성, 미래발전 가능성, 업무 난이도, 출퇴근 거리 등은 덜 중요시했다. 실제로 이들 조사항목은 모두 3점대에서 밑돌았다. 일상화되다시피한 구조조정에 대한 반감, 여기에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청년층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전북도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5월 말께 도내 첫 중장기(2017~21년)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키로 해 주목된다. 도 관계자는 “청년층이 고향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종합대책이 될 것”이라며 “취업 문제부터 교육과 복지, 여가 선용방안까지 포괄적인 지원책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을 뜨는 청년층은 한 해 약 6,0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70년 이래 전북을 뜬 청년층만도 약 188만 명에 달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