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전주시는 '전북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주 자림복지재단의 시설인 자림원 및 자림인애원 등 2곳을 폐쇄했다. 그 여파로 재단의 특수학교인 자림학교의 대다수 학생들은 타 학교로 전학을 갔고, 자림학교 교사 4명은 과원교사가 되었으며, 학교는 내년 2월 폐교될 예정이다,

지금 전북교육청은 과원 교사들에게 실제로는 ‘강제퇴직이지만 마치 ‘협의퇴직’인 듯이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을 종용한다.
4명의 교사는 단순한 과원교사가 아니다. 국가기구인 ‘국민권익위윈회’가 인정한 공익 제보교사이다. 만약 4명의 교사들이 민관위와 전북교육청 및 학부모들에게 자림학교의 내부 비리 를 제보하지 않았다면 끔찍한 ‘전북판 도가니’의 진실은 가려졌거나, 재단의 로비와 장애학생들에 대한 회유로 지금도 자림재단의 만행은 계속되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현직교사지만 기가 막히게도 지난 3월부터 학교로부터 단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했다. 전북교육청이 사립학교에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인건비 중에서 그들의 몫을 아애 제외한 까닭이다.
정의(正義)는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가치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사악한 권력자만이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았다. 사람을 사람답게 보지 않고 개나 돼지로 여기면서 권력의 칼을 멋대로 휘두른 3류 망나니들이나, 그들만의 세상에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상을 차리고 권력과 자리를 나누었던 모리배들만이 그처럼 행동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교육공무원 임용령(제 9조의 2)에 따라 전북교육청에게 해당교사들을 공립학교 교사로 특별 채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전북교육청은 거부했다.
이러한 처사는 한국정치사의 암흑기였던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하에서나 들어 봤을 뻔한 어처구니없는 짓으로 장애 학생들에게 헌신했던 교사들의 자긍심을 짓밟고, 노동자에 대한 모독이며, 교사 및 가족의 생존을 짓밟는 반인간적인 폭거이다.

김승환 교육감이 채용거부를 지시했다는 것도 어리둥절하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 인권과 정의를 위해 ‘단 한명의 아이도 꽃으로 때리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법령을 고쳐서라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비정규직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이율배반적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법률해석의 독재자가 아니다. 인권의 척도는 공론과 상식을 따른다. 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한 것은 도민이 교육 권력을 한시적으로 빌려준 것이지 독단적이고 제멋대로의 교육행정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직 보편과 상식의 가치에 따라 도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중물로 전북교육을 위해 기여하라는 명령이다.

그런데도 지금 공익제보교사를 공립으로 채용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것은 그동안 전북도민들에 의해 지적받았던 독선적 행위일 따름이다.
채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북교육청 직원이 지역신문인 J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말했는데 “공익제보에도 급이 있다, 해당교사들의 제보는 자림원 사건의 수사나 감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지 못했다. 교육공무원법상의 채용 조항도 의무가 아니다. 공익제보 여부와 특별채용 간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 망언이면 작년에 파면되었던 국민을 개돼지라고 발언한 나향욱 前 교육부정책기획관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

제 정신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공익제보에도 급이 있다.’는 표현을 쓸 수가 있나? 더 이상 비리를 두고 볼 수 없어서 관계기관에 제보한 보통사람들이 등급이 있나? 그것도 사립학교 교사가 신분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재단비리를 폭로한 것에 대해 등급을 논하는 것이 교육청 직원은 그만두고라도 사람으로서 할 짓이나? 그렇게 등급을 매기자면 공익제보교사를 퇴직하라고 압박하는 그 직원이나 교육감에 대해서도 인간의 등급을 논해야 한다. 도대체 당신들의 인권급수는 몇 급이나? 김승환 교육감은 즉각 공익제보교사들과 지역사회에 사과하고 해당직원을 문책해야 한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 기록을 공개한 윤석양 이병, 감사원 비리를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1992년 군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한 내 후배인 이지문 중위, 2008년 4대강 실패를 폭로한 김이태 박사들은 전부 사회공익을 위한 내부 제보자들이었다. 전북교육청이 정상적이라면 억압적 현실과 사립재단권력의 핍박을 무릅쓰고 비리를 제보한 교사들에게 교사의 자격과 인권의 등급을 논할 수 있나? 그들의 자격과 등급을 논하는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던 박근혜 정권에게 인권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아가 공익제보자들이 독재정권 시절부터 인권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망언의 당사자인 전북교육청 관계자나 교육감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나?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학비리를 폭로한 동구학원 공익제보교사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했다. 진보교육감인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016년에도 공익교사가 아닌 사립학교의 과원교사마저 공립학교로 특채될 기회를 줬다. 무엇에 비춰 봐도 전북교육청의 행태는 비상식적인 처사이며 법을 빙자한 만행(蠻行)이다. 더구나 교육감이 소시민(小市民)의 정의와 생계를 짓밟으면서 정치사회적인 이슈마다 법과 정의를 말하는 것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