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빨갛게 익어가는데 놉은 없고…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할 판이지…”
장수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육십대 박모씨의 넋두리다. 추석에 내다 팔 홍로 수확작업이 일제히 시작되면서 농가들끼리 인부 구하기 경쟁이 불붙은 탓이다.
현지 사과농장은 약 1,000여곳, 농장 당 10명씩만 잡아도 하루에 최소 5,000명 이상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앞으로 2주일 안에 다 따내야만 대목장에 내다팔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이렇다보니 대전과 광주지역 주부들까지 웃돈을 주고 모셔오기 경쟁이 벌어졌다. 일당은 최소 6만5,000원, 전세버스 임차비와 인력소개소 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1명당 9만원 안팎이 깨진다고 한다.
자연스레 농심도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손에 쥘게 별로 없어서다. 인력난에 지쳐 아예 밭떼기(포전 매매)로 처분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박씨는 “농촌 인력난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더 농사짓기 팍팍해져 너무 힘들다”고 푸념했다. 이런 문제는 기계화마저 더딘 과수원과 밭농가에서 한층 더 심각했다.
축산업과 수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인 근로자 없인 돼지 사육도, 멸치 잡이도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다.
주 요인은 가파른 저출산 고령화와 이농 현상 등이 꼽혔다.
실제로 도내 농촌 거주자는 2011년 50만 명이 붕괴된데 이어 2024년께면 40만 명선도 무너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북연구원이 통계청 조사를 인용해 장래인구를 예상해본 결과다.
고령화도 동기간 30%대에서 40%대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다. 10명 중 4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란 의미다.
출향행렬도 마찬가지다. 2015년 기준 전북 출생자는 약 333만명, 하지만 현재 고향 거주자는 152만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80만여 명은 다른 지방에서 타향살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도내 전체 주민등록상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그만큼 농수축산업 인력난은 갈수록 심각해질 조짐이다.
전북도의회측은 그 대안으로 가칭 ‘농어업 인력지원센터’ 설립사업안을 제시해 눈길이다.
일자리가 필요한 도시 거주자, 또는 농한기 농민들을 인력난에 허덕이는 농수축산 농가와 직접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임실 순창 남원지역 시범사업인 ‘임순남 농산업 인력지원센터’를 도내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안이다.
현재 이 같은 사업안은 ‘전라북도 농어업인 육성 및 지원조례 개정안’에 담겨 9월 임시회에 상정됐다. 최근 상임위 심사를 원안대로 통과한데 이어 오는 13일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돼 가부가 결정된다.
대표 발의자인 김현철(진안), 양성빈 의원(장수)은 “구상대로 농어업 인력지원센터가 설립된다면 도시민에겐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농어촌에는 인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인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귀농 귀어촌 정보 제공과 현장연수 프로그램 등까지 접목한다면 그 효과는 몇 배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전북도측은 이 같은 조례안이 의결되면 곧바로 시·군 공모를 통해 농어업 인력지원센터를 신설해 운영할 지자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14개 시·군 중 10곳 가량이 관심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