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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 양꼬치의 진화
[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황해&청년경찰 - 꼬치
2017년 09월 21일 (목)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APSUN@sjbnews.com

   

그들이 뿔난 이유
< 청년경찰>(Midnight Runners, 2017)은 혈기 넘치는 경찰대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주인공이다. 클럽을 가기 위해 외출을 나갔다가, 우연히 납치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자, 학교에서 배운 이론 강의 내용으로 직접 범인을 잡겠다고 결심한다.
희열이가 알고 있는 수사의 세 가지 방법은 ‘현장 집중 수사, 피해자 중심 수사, 물품 중심 수사’다. 어설픈 기준이가 알고 있는 것은 ‘열정, 집념 그리고 진심’이다. 코믹액션 영화답게 이 방법은 모두 통한다. 영화 관객도 500만 명이 넘었다. 흥행 성공이다. 그러나 아직도 뉴스에서는 말은 많다.
이유는 중국 동포 비하 논란과 그들의 밀집 주거지역인 대림동을 범죄의 소굴로 표현하여 왜곡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대림동을 두고 “조선족들만 사는데 여권 없는 중국인도 많아서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요.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밤에 다니지 마세요.”라고 묘사하였다. 중국 동포들은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하였다. 앞으로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더는 상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연변에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 신세계>(New World, 2012)에서는 조선족을 ‘연변 거지’라고 부른다. 역할도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다.
< 황해>(The Yellow Sea, 2010). 영화계 먹방 스타, 하정우 주연 영화다. 주인공 구남(하정우)은 연변에서 택시 기사를 한다. 돈을 벌겠다고 한국으로 간 아내는 6개월째 소식이 없다. 하루하루가 힘든 구남은 빚을 갚기 위해 마작에 손을 댄다. 호주머니에 있는 몇 푼 안 되는 돈마저 잃게 된다. 도박판에서 만난 살인 청부업자 면정학(김윤석)이 구남을 챙긴다.
“밥 먹었니? 밥 먹자.”
그러던 어느 날 구남에게 제안을 한다.
“구남아. 니 한국 가서 사람 하나 죽이고 온나. 눈 딱 감고 갔다 와서, 다시 시작해라.”
구남은 돈도 궁하지만, 아내를 찾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으슥한 밤에 배를 타고 황해를 건넌다.
< 황해>와 <청년경찰>에서는 모두 조선족이 등장한다. 그리고 똑같이 맛있는 양고기꼬치구이(양꼬치)가 구워진다. 조선족과 양꼬치, 무슨 관계일까?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
1869년, 함경도 지역에 대기근이 발생한다. 주민들은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타향으로 떠난다. 기근과 수탈을 피해 청으로 이주하고, 일본 강점기에는 그 행렬이 더욱 늘어난다. 대부분이 빈곤계층으로 먹고살기 힘들었기 때문에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1952년에 지린성에 옌볜 조선족 자치구(이하, 연변)가 설립된다. 이후 1955년에는 자치주로 변경된다.
중국 정부는 동북 3성에 정착한 한민족을 ‘조선족’이라 부른다. ‘조선족’은 중국 정부의 행정용어이고, 우리는 중국에 있는 한국동포라는 의미로 ‘재중동포’로 불러야 하는 게 맞다.
연변에는 우리가 민족시인으로 부르는 윤동주의 생가와 무덤이 있으며, 삼 대가 덕을 쌓아야 만이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가 있다.
연변에서는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한글과 중국어를 함께 사용할 때는 한글을 왼쪽 또는 상단에 먼저 써야 한다. 어길 시에는 가차 없이 벌금이다.
우리와 같이 밥, 국, 김치로 구성된 기본 식단을 지키고 있으며, 후대에 전해주고자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연변 음식은 함경도 음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랭면, 개장국, 쉰떡(증편), 옥수수 온면, 명태순대, 썩장(청국장) 등이 있다. 최근에는 비빔밥, 돌솥밥, 삼계탕, 김밥, 감자탕 등을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김장도 하며 김치는 움에 보관해두고 먹는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정부 기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족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그들만의 음식을 오롯이 지킬 수 있었다. 이후 한족 식당이 생기면서 기름진 볶음채소 음식도 먹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연변음식에 뿌리를 두고 남한, 북한, 중국음식 모두 섞인 새로운 연변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변 민족의 음식도 수용하면서 자신들만의 전통음식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꼬치(羊肉串)’다.

   

김씨, 촨 먹으러 갈까요?
이제 양꼬치는 어느 지역에서나 인기다. 2000년대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 주거 지역이었던 서울 대림동, 가리봉동, 성수동 등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우리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전북대, 전주대 부근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당도 점점 늘어나고, 훠궈, 꿔바로우, 양꼬치를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즐긴다.
이 중에서도 단연코 인기 메뉴는 뀀(串)이다. ‘串’은 ‘꿰다, 꼬치’의 의미가 있다. 꼬치구이집은 ‘뀀점 串店’이라고 쓰고, 읽을 때는 중국어 발음 그대로 ‘촨뗀’이라고 말한다.
양꼬치는 중국 북서쪽 끝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의 위구르족 음식이다. 위구르족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북경이나 심양 등 대도시까지 들어와 길거리에서 양꼬치를 팔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길에 서서 간식으로 먹었다.
길거리 음식인 양꼬치는 연길시까지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굽는 과정에서 연기와 냄새가 심하다 보니 위생적인 면에서 많은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족은 길에 서서 음식을 먹거나, 들고 다니는 문화가 없다. 따라서 조선족에게 양꼬치는 맛은 있지만, 난감한 음식이었다. 양꼬치는 조선족을 겨냥하기 데는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 음식이었다.
1991년에는 지금의 풍무식품유한회사 윤룡철 대표가 연기를 밖으로 빼는 설비를 개발하여 작은 양꼬치집을 열었다. 연기가 많이 나고 지저분한 길거리 음식이었던 양꼬치를 깨끗한 실내로 들여온 것이다. 연변에서 조선족 꼬치구이의 지존으로 불리는 풍무뀀성이다.
현재는 중국을 포함해서 해외 가맹점까지 57개로 늘어났다. 한국에도 점포가 2개 있다. 27년간 꼬치구이라는 한 우물만 파며, 꼬치구이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노력한 결과다.
하얼빈, 장춘 심지어 북경에서도 이 맛을 보고자 기차를 타고 올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연변에 꼬치구이 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건물마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연변식 꼬치구이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위생’이다. 심지어 한족 음식과 조선족 음식의 차이점을 바로 위생관리에 두는 이도 있다. 개인용 소스와 개인 접시, 물티슈까지 제공하며, 주방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하였다. 손님들은 눈으로 신선한 식재료를 확인하고 꼬치에 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안심이다.
윤룡철 대표는 손으로 직접 구울 필요가 없는 회전식 꼬치구이 시설까지 개발하였다. 수출까지 하였다. 지금 우리나라 양꼬치집에서 사용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편리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를 댄다. 재미가 없으니 똑같은 구이라도 맛이 없다는 평이다.
회전식 꼬치구이 시설을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하고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맞는 것 같다.
현재 조선족들은 뜨거운 숯불 위에 올린 꼬치를 양손에 예닐곱 개씩 잡고 뜨거운 줄도 모른 채 뒤집고, 털어가며 굽는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래방에서 힘든 줄도 모르고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는 사람을 이해할 것 같다. 혼자 마냥 신난다.

연변 뀀성에서는 양꼬치만 파는 것이 아니다. 랭면, 감자 밴새(감자 만두), 순대, 김치까지 조선족 전통음식도 팔고 있다. 새로운 양꼬치 문화와 더불어 조선족 전통음식문화까지도 위상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양꼬치와 조선족 전통음식의 구성이 한족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지만, 아니다. 요즘 K-food의 매력에 빠진 한족들의 입맛에 맞았다.
“한국에는 치맥이 있고, 연변에는 뀀맥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꼬치구이를 두고 당당하게 ‘조선족 양꼬치구이’라고 말한다.
지금 연변에서 뀀점은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뀀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생존경쟁으로 다양한 꼬치구이 메뉴가 개발되었고,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맞춰가고 있다. 깨끗한 양꼬치와 함께 조선족 전통음식의 맥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는 그들의 자부심은 참으로 대단하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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