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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살충제 계란, 그후
2017년 09월 27일 (수) 이영은 원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APSUN@sjbnews.com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한 잔류농약 전수검사 결과 기준위반 농가가 52곳 중에서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곳이 28곳에 달했다. 해썹으로 알려진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았던 만큼 살충제 계란파동은 식품안전에 대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고,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건강에 대한 염려와 공포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거나 잘못된 섭식행위로 이어지게 만드는 푸드포비아를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한 사후 대책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을 강화하여 다음 달부터 살충제와 농약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농장은 해썹 인증을 받지 못하는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였다. 앞으로 해썹 인증을 받으려는 닭과 오리농장의 농장주는 동물 사육 때 사용하는 동물용 의약품(항생제 등)과 동물용 의약외품, 살충제, 농약 등에 대해 입·출고 및 사용 후 잔류 방지 방안을 만드는 등 자체 관리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운영하고 관리기록도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또 계란과 오리알에 대해 살충제 잔류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외에도 생산단계에서는 농장에 CCTV 설치, 농장사육환경 표시제 도입, 유통단계에서는 계란과 닭고기에도 소와 돼지고기와 같이 이력추적관리시스템 도입, 부적합 농가와 납품업체 정보공개 등 정부의 후속대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식약처와 농식품부에서 내놓는 안전관리시스템 강화 대책만으로 먹거리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밀집사육을 꼽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 진드기가 기승을 부린다. 농촌의 땅값은 부동산 투기의 광풍으로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생산단가를 맞추려면 동물복지농장, 자연방사 농장과 같은 답을 바로 내놓을 수 있을까? 이런 환경에서 소규모 농가에서는 밀집사육과 살충제 살포 등과 같은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여년 이상 고생하며 일군 친환경 농장에서 환경호르몬이라 하여 1979년 사용이 금지되었던 DDT가 검출되어 농장을 접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진다. 자연 방사하여 땅에서 나는 풀과 벌레들을 잡아먹게 하여 건강하게 키웠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오래전 과수원을 하던 땅에 DDT가 남아있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정부는 식품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양적인 목표를 채워야 하다 보니 전체 산란계 농가 1456곳의 절반이 넘는 780곳이 친환경농장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마크’가 붙은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40%까지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친환경 계란이 전체 유통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농가는 친환경 인증을 받고 싶고, 인증을 주는 사람도 농가들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이다 보니 자연 우리나라의 정(情) 문화를 악용하는 부정청탁 등이 생기게 되고 부실 인증이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식약처와 농식품부의 생산과 유통 단계의 강화 대책만으로는 앞으로 먹거리 파동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땅과 환경에 대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대책도 같이 마련되어야한다. ‘농피아’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퇴직공무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는 사람이 없으면 받는 사람도 없다. ‘김영란법’이 우리 고유의 정(情)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도 있지만 나의 작은 불편함이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깨끗한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우리 식탁의 먹거리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관련되는 전 부처의 통합적인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먹거리 파동을 근절하고 우리 식탁에 값 싸고 건강한 먹거리가 올라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생산자, 소비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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