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마르틴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세 암흑기로 불리는 16세기 로마 가톨릭은 완전히 부패했고 타락했었다. 교황을 비롯한 가톨릭 성직자들은 온갖 성추문 사건에 연루되었고 물질적으로 완전히 썩어 있었다.

당시 교황 레오 10세는 100년 동안 끌어오던 베드로 성당의 완공을 위해 면죄부를 팔았다. 면죄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판매 수익의 반은 지방 감독이 차지하고 판매 책임자는 판매량에 따라 보상을 받게 하였다. 당대의 웅변가요 학자로 유명했던 수도사 테젤은 판매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독일 전역을 돌면서 가는 곳마다 “면죄부를 사는 사람은 즉시 죄의 용서를 받고, 연옥에 있는 자를 위해 사면 그 은화가 헌금함 속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곧 천국으로 올라가게 됩니다.”라고 외쳤다.

이 같은 타락상을 보다 못한 독일의 신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에 자신이 교수로 있었던 비텐베르크 대학 교회 정문에 <면죄부(免罪符)에 관한 95개조 논제>의 항의문을 게시한 것이 종교개혁의 시작이었다. 루터가 제시한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라는 3대 명제는 기독교의 역사와 판도를 바꾼 종교개혁의 목표이자 정신이 되었다.

마르틴 루터에 의해 촉발된 종교개혁운동은 츠빙글리, 칼뱅들이 가세하면서 기존의 로마 가톨릭과 구별되는 개신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개혁정신을 바탕으로 한 개신교는 유럽의 변화를 견인한 것은 물론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되었다.

약 130년 전에 이 땅에 들어온 개신교는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나라를 근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 3.1 운동을 주동하고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 세력의 큰 줄기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는 일제 말기 신사 참배를 끝까지 거부하지 못하고 교단적으로 신사 참배를 결의한 바 있으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에 상당히 많은 기독교 세력이 협력한 바 있는 부정적 역사가 있다.

한국 개신교는 1970년대 이후 양적인 급성장을 이루어 현재는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교인과 수많은 대형교회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는 양적인 성장은 이루었지만 지나친 기복신앙과 일부 교회와 교인들의 삐뚤어진 역사관으로 인해 언젠가부터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어버렸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습의 문제는 한국교회 타락의 끝판왕이 되고 있는데, 이번 명성교회에서 불법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세습의 과정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한국교회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교인, 1년 1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명성교회가 아버지 김삼환 목사로부터 아들 김하나 목사로 세습되는 과정을 보면 그들이 교회를 개인소유로 생각하고 있음이 명확해진다.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 대신에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는 이들은 더 이상 목사가 아니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고 있는 기독교인이다. 누구보다도 교회를 사랑하는 필자는 물신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든 교회, 특히 세습을 감행하는 교회들에게 묻고 싶다.

교회는 누구 것입니까?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들었던 교회 개혁의 깃발이 이 땅에서 다시 들리길 간절히 기원한다./김상기(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