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부활절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부활절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4.12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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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한국에서 부활절을 어떻게 지내야할지 난감했다. 첫해는 초콜릿으로 만든 달걀을 구할 수 없었고, 성장(盛裝)을 하고 갈만한 어느 교회도 정하지 못했다. 매년 부활절이 오면, 우리 어머니께서는 우리 자매들과 나에게 하얀색 옷을 입히고 작은 모자와 장갑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교회에 들고 갈 꽃바구니를 손에 들려주었다. 그런데 부활절이 와도 더 이상 챙겨주는 사람이 우리 곁에는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규칙적으로 다니던 교회마저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전주에서 교회에 다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교회는 항상 내게 부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의 부활절은 휴일 이상의 의미가 없다. 캐나다에서는 부활절이 다가오는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사람들은 퇴근을 하거나 방과 후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했다. 부활절을 맞아 정말로 신이 났던 일은 부활절 달걀을 찾는 행사였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집 곳곳에다 계란을 숨겼다. 우리 자매들과 나는 주일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 계란 사냥을 나섰다. 그리고 바구니에 계란을 담았다. 진짜 달걀은 아니지만 반짝이는 호일에 감싼 초콜릿으로 만든 달걀이었다.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 부모님께서는 계란을 숨기는데 날로 기발한 방법을 쓰셨다. 가끔 우리들은 계란을 전부 다 찾아내지 못하고 일 년 내내 이따금씩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무렵 발견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 집도 진짜로 삶은 달걀에 색깔을 입히기도 했으나, 난 색깔을 입힌 달걀을 절대 안 먹었다. 색색의 계란들이 예쁘고 만들기는 즐거운 일이지만 말이다. 
한국에서 나는 우리 반 학생들과 내 친구들을 위해 종종 계란을 찾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반짝이 포장지에 싸여진 사탕을 구입해서 계란대신 사탕을 숨겨놓았다. “부활절 계란” 대신 사탕사냥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거나 흥분하는 모양들이 재미있다. 이번 부활절에는 커다란 토끼모양의 초콜릿과 장식이 다른 초콜릿을 준비해야겠다. 작년부터 나는 초콜릿 몰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캐나다에 갔을 때, 토끼모양의 3D 몰딩용 틀을 구입했다. 12월 초에는 서울에 있는 봉산마켓에 가서 몰드 몇 개와 초콜릿을 구입했다. 
봉산마켓에서 구입한 크리스마스를 형상화한 몰드에다 조그만 초콜릿을 몇 개 만들었다. 처음 시도는 망쳤다. 초콜릿 조각으로 만들었는데, 주형틀 속에 재료가 착 달라 붙어버렸다. 달라붙은 초콜릿을 떼어내기 위해 뜨거운 물을 사용했다. 브러쉬를 이용해서 작은 틈 속에 박힌 초콜릿을 제거하고 유튜브에 들어가 초콜릿 몰딩에 관한 몇 편의 비디오를 보았다. 꽤 도움이 되는 영상이어서, 다음 시도는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초콜릿 만들기의 성공으로 용기가 생겼다. 1월에 나는 인터넷에서 체스 게임에 사용하는 성(城) 모양의 말과 뼈다귀 그리고 다양한 모양의 몰드와 함께 형태와 크기가 다른 스코티시 테리어종(種)강아지 모형의 몰드를 발견했다. 2월에는 내 생애 처음으로 3D 조형 틀을 사용했다. 우리 강아지 타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수고했던 우리 강아지 주치의인 수의사와 그의 조수에게 감사의 표시로 강아지 모형의 초콜릿을 만들었다. 여자 조수는 초콜릿 모양이 넘나 예쁘다면서 먹기에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지금은 부활절이다. 내 친구들과 우리 배구팀 코치에게는 조금 더 큼직한 3D 토끼초콜릿을 만들었다. 그들 모두 매우 감동했다. 예전에 집에서 만든 초콜릿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조그맣게 토끼모양 과 튤립모양의 초콜릿도 만들었다. 다크 초콜릿, 밀크 초콜릿 그리고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들었고, 다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을 섞어서도 만들었다. 초콜릿 전용으로 구입한 브러쉬로 성형 틀 안쪽에 화이트 초콜릿을 바랐다. 약간 지저분하게 보였으나 역시 맛이 있었다. 앞으로 특별히 초콜릿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한다. 은하는 커피를 무척 좋아해서, 그녀에게 모카 커피향이 나는 초콜릿을 만들어 주고 싶다. 서울에서 특별한 커피 향을 구입했다. 지금 쓰고 있는 칼럼을 다 마치고나면, 집으로 가서 커피 향에다 초콜릿을 테스트 한 다음 그녀를 위해 토기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나를 위한 초콜릿도 만들리라. 또 기계로 빵 반죽을 해서 십자가 무늬를 넣은 빵(부활절에 주로 먹는다)을 구워야겠다. 일이 잘만 된다면, 더 많은 빵을 구울지도 모른다. 어쩜 취미 하나가 더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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