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7월16일 08:20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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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예술인초상] (10) 한국화가 이상찬







성리학은 크게 태극설(太極說) 이기설(理氣說) 심성론(心性論) 성경론(誠敬論)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태극도설(太極圖說)은 태극을 만물의 근원, 즉, 우주의 본체로 보고, 만물 생성의 과정을 ‘태극―음양―오행―만물’로 보는 우주관이다. 이기설 역시 우주를 논한 것이라면 심성론은 인생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 인간은 우주 내에 존재하므로 이기설과 심성론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된다.

이상찬화백의 작업은 ‘근원’, ‘근원-이기화물도’, ‘근원-자연회귀’, 그리고 최근엔 ‘근원-장생도’, ‘근원-일월도’로 이어져 왔다. 

‘근원(根源)’으로 시작, ‘근원-이기화물도(根源-理氣化物圖)’, ‘근원-자연회귀(根源-自然回歸)’로 그 부제를 달리해왔다. ‘근원’은 우주 대자연의 섭리와 만물의 생성과 소멸, 존재에 관한 원초적인 화두를 던진 것이며, 아울러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조형의 본질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출발한다. ‘근원’ 이후의 부제로 명명한 ‘근원-이기화물도’는 ‘이기설(理氣說)’의 ‘이기화물도’ 도상을 회화적으로 재해석해 보고자 시도된다. 

즉,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 존재에 관한 근원을 ‘이기설’로 접근, 정신은 이기설에서 가져오고, 색은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思想)의 오방색(五方色)에서 빌려왔다. 따라서 이는 작업의 철학적, 조형적 배경이 된다. 

‘이기화물도(理氣化物圖)’는 이기설의 상징적 의미를 회화적으로 접근, 재해석해 보고자 시도된 것으로, 모든 것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근원-이기화물도’ 이후의 작업은 ‘근원-자연회귀’라는 부제로 이어진다. 이는 그간의 작업들이 우주 대자연의 섭리와 그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붙들고 고민해 왔다면, 우주만물은 잉태, 또는 탄생과 동시에 다시 원점(근원-자연)으로 회귀하는 회귀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일 뿐이다. 

우경(牛耕) 이상찬(李相讚)은 남원에서 출생, 일본 나고야 예술대학에서 일시 수학하고 경원대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전북대학교 예술대학장, 예술문화 연구소장을 역임, 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명예교수로, 남원시 동면 무명용사 충혼탑과 남원시 덕과면 3.1운동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작품의 강렬한 색상은 음양오행사상의 오방색에서 빌리고 정신은 이기설에서 찾아 질료와 조형의 조우를 통해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이끌어 낸다. 작가는 ‘근원-장생도’ ‘근원-일월도’ 등으로 명명된 근작들은 민화의 형식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와 정신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화는 그들에게 유희였고, 바람이자 소망이었으며 신앙이었고, 생활 그 자체였다면, 그 시대를 살아간 민중들의 삶과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근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해 전, 경기도 양평군 와우헌에서 맛본 차 한 잔이 생각난다./글 이종근기자, 사진 이철수(사진가.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