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경기 중 교통사고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99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경기 중 발생한 교통사고를 두고 사전 준비와 대처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은 운전자 본인에게 있지만, 당일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서다.

15일 전북경찰에 따르면 대구시 소속 마라톤 선수 A(29)씨는 지난 14일 전국체전 경기 중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의 차량과 부딪혔다.

A씨는 차량 사이드미러에 부딪혀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았지만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당시 A씨의 사고를 당한 지점은 마라톤 코스 종반부인 38km.

장창수 대구시 마라톤 감독은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개인 순위권은 노리지 않았지만 단체 점수를 위해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선수는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대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1년 동안 대회를 준비한 선수 개인적으로도 실망이 크지만 가장 큰 피해는 단체다.

전국체전 특성상 1, 2점으로도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대구시 마라톤 선수단이 팀 점수에서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목표대로 완주를 했다면 대구시 마라톤 성적은 17개 시·도중 3위~4위권이었을 것이다”면서 “실제 20~30점 가량 손해를 봤고 10점 정도 차이로 6위에 그쳤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전국체전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졌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고 하나 익산 시민의식은 물론 경찰 통제도 미숙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경찰은 “새벽부터 나와 최선을 다했고,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전북경찰은 이날 마라톤 대회 코스에 교통경찰 18명, 의경 52명 등 70여 명과 오토바이 7대 등을 투입했다.

도로는 전면 통제했지만 주자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선에서는 일부는 통행 가능하도록 했다. 핵심은 음주운전자가 경찰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 역시 “사고 역시 음주운전 차량이 경찰 통제를 어기면서 발생한 일이지 현장 통제는 완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두와 후발 그룹의 거리차가 커서 선수가 뛰는 방향을 제외하고 교통 흐름을 위해 일부 도로 통행을 허용했다”면서 “당시 차량도 경찰 지시에 따라 주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회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뿐더러 시간상 음주운전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체전을 종합 관리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역시 이렇다 할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수차례 언론이 접촉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만 전북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 대구시선수단이 협의 중이란 사실을 밝혀왔다.

전북체육회 관계자 “경기 중에 외부적인 요인의 사고가 발생해 순위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경우 전국체전을 총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맡아 중재하고 있고, 대구선수단과 협의 중인 걸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공현철·양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