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발걸음] 가난한 집 아이들을 더욱 가난하게 하지 마라
[아침발걸음] 가난한 집 아이들을 더욱 가난하게 하지 마라
  • 박 제 원(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18.11.2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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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나 일본의 실패했던 과거 교육과정 적용하면서
참고도 안 해. 또한 독일과 핀란드의 교육과
사회구조에 대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전북 참 학력에 대해 참 할 말이 많다. 참 학력관에 대해 내용적인 시시비비는 그만두고라도 보통교육에서 아주 중요한데 교사, 학부모, 학생 및 도민과의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소통도 경청도 없었다. 내가 그 동안 칼럼으로 참 학력을 비판하면 혹자는 전북의 교사가 해당 교육청을 무작정 비판한다고 힐난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다르다. 칼럼으로 언급하기 전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여러 번 우려를 지적하고 전달했지만 무시당하고 경시했다. 모멸감이 들 정도였다. 이 칼럼을 쓰는 것은 전북교육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학생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갖추기를 원하는 까닭이지 격하게 감정을 토론하거나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정도로 처세에 능하거나 비열하지 않다. 
지금처럼 참 학력을 소통 없이 강행하면 무주, 진안, 장수, 임실, 순창, 남원, 고창의 벽지와 섬지역의 아이들이 더욱 더 교육적인 차별을 받게 될 것이며 가난한 아이들을 더욱 가난하게 몰아감으로써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를, 교육격차가 소득격차를 깊게 하는 교육적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그로 인한 전북교육의 손실은 쉽게 복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그런 증후군은 전북교육에 상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불행하게도 사실과 진실을 외면하면 치유할 수 없다. 

지금 전북교육청의 학력관과 이를 대하는 교육청의 태도는 자성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전북의 학력에 대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학력을 거론하면 수능 학력으로 피해가고, 수능학력에 대한 진실을 밝히면 참 학력으로 덮어버리고, 참 학력의 경직성을 지적하면 아애 무시한다. 그러면 이제 참 학력의 문제가 수면위로 뚜렷하게 올라와 4기 암처럼 다가오면(지금 그 상태가 2기가 넘었다고 본다.) 그때는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오히려 궁금하다. 
우리는 교육감이고, 교육장이고, 교장이고, 교감이고, 장학사이고, 교사이기 이전에 아이들의 아빠이고, 엄마이자, 형제들이다. 그런데도 사실과 진실을 가리는 장밋빛 진통제를 남용하고 있다. 그렇게 갈 경우에 전북교육은 정치적이고 교육적인 권력을 쥐고 마구잡이로 행사하는 자들과 부유한 자본가들의 놀이판이 될 것이고 기층 민중은 더욱 더 차별받게 될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참 학력을 거론하면서 4차 산업혁명과 2015 개정교육과정(역량중심교육과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근거들을 거짓이다. 가령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에서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65%는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성인이 되었을 적에 쓸모없다”고 주장한 것은 저자거리(시장)에 떠도는 낭설을 가져다가 쓴 것이다. 교육청은 버젓하게 이를 근거로 내세웠다. 슈밥은 ‘Did You Know?’ 라는 유튜브에 나온 것을 재인용한 것인데 호주 정부의 혁신위원회 관련 웹사이트 통계를 인용한 것으로 호주 정부는 객관성이 없다고 했으며 지금은 그 웹 사이트 조차 폐쇄되었다. 이 외에도 앨빈 토플러 등의 말도 과장되거나 왜곡된 낭설이었다. 
그 뿐 아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인 역량중심교육과정인데 지역교육과정으로 참 학력을 재구성했다고 하면서 그 학력이 문제해결적인 힘인 ‘역량(Competency, skill, capability)’을 키우고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도모하겠다고 말하지만 지금처럼 하면 ‘역량’을 키울 수 없다. 지금 전북의 참 학력과 2015 개정교육과정인 역량중심교육과정은 불일치하는 부분이 매우 많다. 게다가 국가교육과정의 중핵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는데도 한 참 벗어나 있으며 그 해석을 인정한다고 해도 근거가 미흡하거나 왜곡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더 큰 문제는 학력관이 과학적 사실인 ‘인지과학’을 부정하고, AI(인공지능)을 과장하여 미래를 장밋빛이거나 암울하게 양극화함으로서 대중의 사고를 조작했고, 이미 실패하여 교육과정을 개정한 영국이나 일본의 과거의 교육과정(역량중심 학력관)을 적용하면서도 참고도 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향하는 독일이나 핀란드의 최근 교육적 현실 및 지리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종교적인 배경까지 모두 무시했다. 기가 막히게도 이러한 태도는 참 학력의 이론적 기반인 ‘제 2의 물결(제 2세대)로서의 비판적 사고’, ‘구성주의적인 교수학습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주체, 언어, 진리에 대한 인식론’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한 마디로 전북교육청이 참 학력의 철학을 스스로 파괴하는 앞뒤가 안 맞는 행위를 하고 있다. 핀란드를 지향하면 핀란드를 전체로 보고 독일을 지향하면 독일을 전체로 봐야 한다. “코끼리의 코만 보면서 코끼리의 전체를 그리면 그 그림을 어떻게 코끼리라고 단정할 수 있나?” 
그런데도 전북 교육청이 참 학력이라는 이름으로 획일화된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방식에 ‘천사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가난한 아이들을 더욱 차별하는 반인간적이며 자본주의적인 억압을 지속하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낡은 진보주의자들이 자본주의적인 계급지배의 억압을 거론하면서 실상으로는 권력을 지키고 실험적 공간으로 만들다가 무수한 인민과 기층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스탈린적인 대참사를 보는 듯하다. 이것은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 그리고 진보를 지향한다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면 기존 학력만을 문제 삼지 말고 참 학력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 시작은 참 학력의 명칭을 ‘새로운 학력(신 학력)’이나 ‘수행 학력’으로 바꾸는 일 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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