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1950~53년) 이런저런 이유로 살해당한 무고한 양민은 수 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이 도내의 경우 국내 최대 피해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전주형무소 학살사건과 이리역 폭격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참혹했던 비극의 역사는 점점 잊혀지고 있다. 유가족들 가슴에 응어리만 남긴 채다. 제대로된 진상 규명이 없었던 까닭이다.

전북도가 그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전쟁기 무고하게 희생된 양민은 얼마나 되는지, 특히 어떤 이유로 살해됐는지 사건별로 지역별로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실태조사는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추진키로 했다. 연구용역은 빠르면 4월 말 발주되고 약 5개월간 도내 일원에서 진행된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3년간(2007~10년)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그 진실 규명에는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당시 우리 군·경이나 북한군 등이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양민 학살사건은 모두 23건, 그 희생자는 1만2,364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여전히 수 많은 유가족들이 한맺힌 울분을 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유가족은 물론 정치권까지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아 전북도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했다”며 “그동안 구전으로 전해져온 사건부터 과거사정리위 때 조사가 미진했던 사건까지 다시 한 번 더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 결과가 나오면 진상규명을 못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사업도 발굴해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기록상 한국전쟁기 사망한 민간인은 총 37만여명. 전북지역 사망자는 약 14%인 5만4,678명에 달해 전남(8만4,000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가운데 전주형무소 학살사건은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건으로 꼽힌다. 개전 초기 우리군과 북한군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수형자들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학계에선 그 피해자가 약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왔다.

익산지역에선 미군 폭격기가 퍼부은 이리역(현 익산역) 폭격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피해자는 어림잡아 4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완주, 무주, 임실 등 도내 곳곳에서 우리군이나 북한군, 또는 좌·우익간 충돌로 무고한 양민들이 다수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