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술에게 배우다
인생, 술에게 배우다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6.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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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물, 누룩이 조화롭게 만들어 낸 조화와 균형의 결정판
우린 인생에서 과연 어떤 술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박 소 영-수을문화연구소 주담 대표
박 소 영-수을문화연구소 주담 대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술 한잔하자’라는 말에 익숙할 것이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음주가무를 좋아했다고 史書에도 기록이 되어있다.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는 `술'과 굉장히 친숙한 문화가 형성되어왔다. 현재 우리는 이렇게 친숙한 술을 돈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쉽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술을 만들어 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현재 공장 설비를 통해 대량생산되는 술들과 다르게 가양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신비로운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우리의 전통가양주는 쌀, 물, 누룩 3가지의 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먼저 가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천연발효제인 누룩을 빚어야한다. 누룩은 보통 통밀로 만드는데, 통밀을 빻아 누룩 틀에 넣고 꼭꼭 디뎌준 다음 따뜻한 곳에서 약 21여 일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누룩을 만드는 이유는 술을 발효시키는데 꼭 필요한 누룩곰팡이와 효모, 젖산균 3총사를 얻기 위해서이다. 곰팡이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여 효모가 당을 분해하여 알코올을 만들기 쉽게 해준다. 효모는 열심히 일을 해서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효모가 알코올을 만드는 중에 젖산균은 다른 잡균을 억제하는 경찰역할을 해준다. 알코올을 만들어주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3총사를 품고 있는 누룩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차갑게 식힌 고두밥, 깨끗한 물과 함께 섞어 치대어 항아리에 담아두면 한 달여 즈음에 향기로운 꽃향기, 과실향기를 품은 술이 완성된다. 전통가양주의 과정을 꼭 거치지 않더라도 보통 알코올 생성의 원리는 대개가 다 비슷하다.
우리가 쉽게 사서 먹는 술 한잔은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서로를 돕고, 보호해주고,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노동의 결정판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쉽게 마시는 술 한 잔에는 인간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누룩과 고두밥, 물이 만나서 한 잔의 술을 만들어가는 세계 안에서는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은 요소가 없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룩에 있는 3총사들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누룩과 물, 고두밥이 혼화되었을 때 발효되는 과정에서의 균형도 중요하다. 이 균형이 깨져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발효가 되면 향기로운 술은 이미 물을 건너간 거다. 너무 시어지거나 알코올은 별로 없이 그저 단술만 되거나 혹은 너무 독한 술이 되는 것이다. 아니면 향기가 부족해서 밋밋하거나 향기는 그럴싸한데 맛이 별로 없거나...
술에게서 배우자.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무엇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인간 사회 안에서 누구하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술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인간세계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서로의 도움과 보호, 희생을 통해서 유지된다. 너와 내가 있어야 우리가 있는 것이고, 우리가 있어야 지역이 있는 것이고, 지역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의 세계는 어떤가! 요즘 사회면은 가슴이 두근거려서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서글퍼지는 요즘의 사회면이다. 균형의 균열이다. 향기로운 술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생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쓴 술? 독한 술? 향기로운 술? 우린 과연 인생에서 어떤 술들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아름다운 인생, 오늘만큼은 술에게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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