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간 원룸 양도 받으실 분 구합니다.”

방학을 맞은 전북지역 대학가 SNS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다. 방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과 잠시 생활할 곳이 필요한 이들의 거래다.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가를 중심으로 원룸 단기임대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집주인 동의 없이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경우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손해배상 등 피해를 떠안을 수 있어서다.

20일 도내 대학 SNS 등에는 “방학부터 2달간 방 양도합니다”, “원하는 가격에 방 빼드립니다”, “기존 월세보다 5만원 싸게 내드립니다”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도 글을 올린 김주영(28)씨는 “방학 때는 집이 비는데 원룸 계약을 1년 단위로 하다 보니 손해를 덜고자 단기 임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가 원룸은 중개물량 확보와 수입 유지 등을 이유로 1년 단위 계약이 이뤄진다. 방학 동안 대학가를 떠나는 학생이 많아 그만큼의 피해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학생들은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의 월세를 손해 보게 된다.

장혜진(21·목포)씨는 “2달간 방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공과금과 월세 등 60만원 이상은 기본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를 일정 부분 보존하기 위해서는 재임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대 받는 학생 역시 복잡한 계약과정 없이 시세보다 저렴한 양도 가격에 원룸을 구할 수 있어 선호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 주인 몰래 이뤄지는 단기임대 형태는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민법 제629조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집주인에게 허락 받지 않은 재임대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복잡한 절차 때문에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도내 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단기 임대 글에 무작위로 문의해 본 결과 20명 중 단 7명만이 집주인 동의하에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반모(28)씨는 “불법인줄 몰랐고, 계약자가 임대를 진행해도 문제없을 줄 알았다”고 답했다.

김모(24)씨는 “집주인이 사이에 끼면 계약 과정이 복잡해져 양도 받는 학생도 싫어한다”면서 “방을 내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집주인 동의 없이 이뤄지는 계약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기존 계약이 파기될 수 있고, 보증금을 받지 못해도 하소연할 길이 없어서다.

원광대학교 봉황인재학과 A법학박사는 “예전에는 불법전대라 해도 지인을 중심으로 진행돼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다만 최근에는 SNS로 이뤄지다보니 상호 신원보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집주인이 문제 삼을 경우 배상금 명목으로 보증금을 받지 못하거나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사고 발생 시에도 임대 학생의 책임 비율이 높은 만큼 반드시 집주인과 상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