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 기대와 우려가 공존해
전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 기대와 우려가 공존해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8.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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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회의의 드러난 형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
구조의 타당성과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사유는 어디있나”
박 제 원-전주 완산고 교사
박 제 원-전주 완산고 교사

전라북도 교육청은 한국사회에 굳건한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실력주의)’의 병폐를 극복해보려는 취지로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여 운영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지역교육과정인 ‘참 학력’은 ‘지성’, ‘감성’, ‘시민성’을 추구하는데 ‘시민성’ 교육을 강화하는 취지도 있다. 메리토크라시는 권력, 지위, 부 등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기준이 실력인데 그 기회가 매우 불평등하다고 본다. ‘실력’은 공정한 분배기준처럼 보이지만 기득권자에게 유리하다. 전북교육청은 학교가 구태적인 ‘메리토크라시적 교육’을 고수하면 ‘모든 시민이 존엄하게 대우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고 본다. 그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지칭하며 한마디로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자 한다.
학교교육은 단지 학생에게 기회균등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독립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고 그 잠재력을 계발하는데 초점을 둔다. 즉 모든 아이가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하며, 누구든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식을 각성하는 과정이며, 학교는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실현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시민교육은 그 책무로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역량’만큼은 갖추도록 절대적으로 힘써야 한다. 학교교육과정은 ‘성적’과 ‘학력’이라는 실력주의를 긍정하면서도 부정하는 상호 변증적인 지양의 과정으로 동태적이다.

전북교육청이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취지를 존중하고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그 구성 체계의 낡음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민주시민교육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주체적 생활능력을 갖추기 위해 학업성적이나 학벌적 학력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하지만 그의 토대인 ‘기본학력(보통학력+기초학력)’은 필수적인데도 전북교육의 고질적인 학력저하를 타개할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 둘째, 민주시민교육으로 전북 학생간의 서열화를 배제했다고 해도 각자의 잠재력을 포괄하는 넒은 의미의 능력을 계발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창의적 대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셋째, 민주시민은 ‘민주’든 ‘시민’이든 그 속성은 ‘비판적 이성’으로 측은지심인 ‘감정적 공감’이나 그 정서를 직관화한 ‘인지적 공감’과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부수적일 뿐이다. 더구나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사를 상고하면 ‘공감능력’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은 질적으로 구조적으로 성장한 적이 없으며, 공감능력중심의 정책과 대중의 찬미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가 무지한 군중이 주도하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기형아(畸形兒)를 낳았다. 그런데 원탁회의 등 외적으로 드러난 형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 하며 민주시민교육을 규정하고 구조화하는 ‘기준 – 원리 – 내용 - 형식의 일체화’ 나 그 구조의 타당성과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사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전북교육청이 추진하는 민주시민교육이 학교교육의 메리토크라시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지만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독일의 근대철학자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내용 없는 내용은 공허하고,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적이다.”고 역설한 ‘창의적이고 유목적인 사고’를 깊게 성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진화적으로 동물성인 ‘경쟁’과 사회성인 ‘협동’을 상황에 따라 이기적으로 선택했던 과학의 역사를 돌아볼 때에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이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이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한 교과에 대해 일정한 성취수준에 이르게 하고, 더 이상 ‘참 학력’으로 역량의 의미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개념조작’이나 ‘상징조작’을 그만둬야 한다. 그 실재의 모습이 권력적 기제로만 작동하고 운영되는 왜곡된 실상을 복원하지 못하면 ‘민주시민교육’마저 또 다시 왜곡되고 그 폐해는 전북의 거의 모든 시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나아가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해체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고양하는 활동에 기여하지 못하고 무의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북교육청은 여러 민주적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그 속까지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공익적 시민단체와 껍질만 ‘노회찬’과 ‘노무현’의 간판을 크게 달고 ‘떳다방’처럼 움직이는 단체를 구별하여 연대하기를 바란다. 겉의 모양은 초록이지만 그 속은 수박과 호박이 다르며 전북교육청이 `깨어있는 시민'을 구현하고자 하면 스스로 깨어있는 시민교육의 모범이어야 하는 점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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