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관계와 관계없는 네트워크
마을의 관계와 관계없는 네트워크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10.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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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관계력'은 삶의 한 부분으로, 네트워크가 잘 된다는 건
긍정적인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라는 것”
정 건 희-청소년자치연구소장
정 건 희-청소년자치연구소장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 타 지역의 마을활동가, 공무원, 시민단체 상근자, 교사 등 다양한 분들이 자주 방문한다. 지난주에도 모지역 대학교수들과 학생들이 다녀갔다. 방문하는 목적이 몇 가지로 나뉘는데 주로 청소년들의 지역사회 참여와 기관 내 전반적인 활동이 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조직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지난주에도 방문한 분들이 “이웃(주민, 시민?)들의 네트워크가 잘 되는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한 시간 넘게 대화 했다. 답은 정해져 있다. 네트워크는 관계다. 네트워크가 잘 된 다는 것은 인간관계가 잘 된다는 뜻이다. 기관의 뜻과 이상에 시민들이 동의하고 함께 활동하면서 참여수준과 ‘관계력’이 커지는 과정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핵심적인 일을 하는 이들은 상근 활동가와 매달 또는 수시로 모임을 갖는 각 위원회, 자원활동가 등이 중심이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마을 만들기 운동’부터 최근의 마을 (교육)공동체, 아동청소년친화마을, 지역의 청소년 성장지원 모델 등 지역사회 관계 기반의 많은 활동과 사업들이 넘친다. 문제는 ‘프로젝트’ 즉, 사업비 받아서 ‘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에는 관계력이 유한하거나 빠르게 소멸된다. 돈이 있을 때까지만 관계가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보고서의 실적만 남는다. 지원되는 돈으로 이벤트를 진행 한 사업으로의 표현이 마을이고 네트워크일 뿐이다. 회의하고 밥 먹고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 궁리하거나 이미 설정된 사업을 유사한 기관들이 모여서 함께 진행하고 사업비 끝나면 사라지는 네트워크 사업들이 넘친다.
최근 지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많아 보인다. 서울 경기 등 타 지역에서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가지고 지방에 와서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청년들도 눈에 띤다. 지역사회 이웃들과 함께 하며 사업을 구실로 긍정적 변화를 일구고자 관계하며 삶을 살아내는 이들도 있지만, 지역사회는 자신들의 사업 즉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대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이나 전혀 다른 활동이다. 전자는 마을의 사람들을 사람으로서 관계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일이나 후자는 자신의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으로 일이 끝나면 떠나는 곳이다. 그들에게는 삶을 살아야하는 마을이 아니다. 네트워크나 공동체 등은 관련 사업 담당자들만이 행하는 일로서만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교육, 청소년 등의 단어로 지역 네트워크와 공동체 등의 사업으로 모이면 이름만 다를 뿐 모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관계자들의 연대는 중요하지만 자칫 자신의 기관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마을 중심의 실질적인 ‘관계’와는 ‘관계’없는 ‘사업’을 위한 ‘사업’으로 반복된다. 마을이라는 공동체에는 마을의 활동가나 교사, 복지사 들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청소년이라는 당사자만으로도 주변에 관계하는 직업군은 수백 수천이 되고 마을이라는 단위 공간에 삶을 사는 이들 또한 다양하다.
지역은 네트워크라고 표현하는 사업을 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삶을 살아내는 곳이다. 네트워크나 공동체가 쓰여 있는 사업들은 마을의 사람들이 잘 살도록 돕는 활동일 뿐 사업을 위한 대상으로 마을을 이용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마을은 교사나 마을활동가, 복지사 등만이 사는 곳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들이 마을 사람들의 관계의 촉진자는 될 수 있지만 마을을 그들 사업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마을공동체,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일은 지양해야 옳다. 누구나 마을의 활동가가 될 수 있고 자신의 활동이 삶으로 나타나고 관계될 때 지속가능한 일이 되고 변화는 자연스럽다. ‘관계력’은 삶의 한 부분으로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뿐이고, 네트워크가 잘 된다는 것은 우리네 삶의 관계 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지 사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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