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가정과 학교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가정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람으로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봉사와 희생하는 것을 체험하는 곳이다.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으며 감사하는 것처럼 사람으로서 갖추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그러나 핵가족과 맞벌이가 많아지고, 일터에서의 오랜 노동 시간은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정을 나누고 대화할 시간과 체력을 앗아가 버렸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와 학원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부모와 자녀가 어려서부터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가정은 본래 기능을 상실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어느 특별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가정의 문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제도와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로 가정교육조차 미루게 된 원인이다.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교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계획된 내용에 따라 일정 기간 학생을 가르치는 장소’이다.(다음백과) 부모 세대들이 기억하는 학교는 미래를 약속하는 도구이자 방안이었다. 가난하고 집안 내력이 평범한 보통 사람에게 학교는 자신의 노력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공무원, 입사 시험 합격 등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입장권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지식과 정보가 너무도 빨리 바뀌고, 그 양도 방대하여 정해진 규칙과 체계 속에서 이미 배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것을 되풀이하여 외우는 과거 부모가 기억하는 학교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교는 수 십년 동안 대학 진학을 위한 교수 학습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에 의하여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학교 스스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존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혁신학교 운동은 처음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학교는 그 조직적 특성으로 일반화 교육을 목표로 한다. 교육목표와 설립 목적이 처음부터 보통교육을 지향한다. 하지만 학부모와 사회의 요구는 생활지도와 진로교육, 특기적성교육,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까지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처음 세울 때부터 학교는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여 일정 기간 동안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의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도 학교의 시설도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흥미,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거기에 가정에서 학교에 미룬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기본적인 가정교육(기초생활습관지도)까지 해야 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혁신학교를 통하여 학교 혁신을 이루어보겠다는 교사들의 간절한 몸부림은 교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로 전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학교 구성원들(학생, 학부모, 교사) 중에도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을 원하는 그룹과 새로운 교육을 원하는 그룹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갈등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처음부터 혁신학교 운동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돌봄과 가르침, 그리고 배려와 배움, 다양성이 학교에 있지 않다면 어느 곳일까? 아주 세분화되고 다양한 요구를 채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마을이다. 우리가 사는 현장이 바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왜, 마을 학교인가?’에 대하여 다음 시간을 기약한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청소년사회참여위원회 위원장

전)전교조군산초등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