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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달그락] 잘 살고 있습니까?

전문가 칼럼-오지영의 꿈꾸기
오지영-꿈깍지 대표
오지영-꿈깍지 대표



올 한해도 그렇게 봄과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지나는 계절마다 볼 수 있었을 그 계절만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온 것 같다. 마음 한편에 서글픈 마음이 밀려온다. 반짝이던 별들이 연달아 하늘로 돌아가야만 하는 거듭되는 마음 아픈 소식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겪은 아픔과 선택이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러한 선택이 가까운 나의 가족, 이웃 그리고 나의 아픔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없이 치열하기만 했던 청소년기 시절, 나에게 어른들이란 우리의 생각 따윈 헤아려 주지 않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교과서의 모법답안처럼 주입시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어른이 되어 가는 길을 현명하게 이끌어줄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절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나는 그들과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넘어 어쭙잖게 어른이라는 옷을 입고 나의 삶을 조금씩 책임져 가면서 알게 되었다. 어른이란 내가 한 말,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임을 말이다.

좀 더 세월이 지나 인생의 반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오지영이라는 나의 이름 외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수많은 이름표와 역할 속에서 좀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 이름표엔 상담사, 선생님, 대표님 등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해서 불려지는 이름들이 있고, 각각의 이름으로 만나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사람들은 그 당시 나와 같은 모습들의 청소년들이다. 방황하는 별들, 아픔들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그들의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모두들 자신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각자 자신이 처해져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표현을 하며 살아간다.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 꽤 많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들어주는 곳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원인이 시작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도 문제아라는 꼬리표와 시선이 따라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시끄럽다’, ‘됐다’, ‘아니다’, ‘틀렸다’ 라는 피드백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소통의 차단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의 생각이 존중되어지고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소통을 이뤄가며 잘잘못을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성립해 가며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그 과정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들의 생각을 존중받고, 실력을 갖추어 가며 무한한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잘 지내고 있기도 하지만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무한경쟁에 몰려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그렇게 지내고 있지 못한 것이 아픈 현실이다.

그러한 척박한 환경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정립해 나가며, 사회의 한 일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좋은 예를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많은 활동들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의 소개로 오게 되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오게 된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본인들의 색에 맞는 활동들을 선택하고 집중하며 많은 시간 팀원들과 지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일원들과 소통해 가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정한 청소년 자치란 이러한 모습이고, 여러 활동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생각과 삶을 꿈꾸고 책임져 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다.

잘 살고 있습니까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답게 살아가고, 나답게 생각하고, 나답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다워질 수 있는 환경은 단순히 나 하나만의 노력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지난 행적들과 노력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우리들도 소통하며 함께함으로 좀 더 나다워지고, 좀 더 잘 살아 낼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속에서 ‘잘 살고 있습니까’에 대한 질문의 답은 나 자신만이 알고 있음에 분명하다. 나답게 살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나다움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야만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서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시절에 그에 대한 충분한 질문과 답을 해가며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함께 할 작은 손길들이 더해 져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싶은 것이 현재는 나다움이고, 잘 살고 있습니까에 대한 나의 답이다. 추운 겨울 작은 소망들이 모여서 마음 따뜻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길 진심으로 소망하며. /꿈깍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