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7>도립미술관 예산·소프트웨어 미흡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2.12.20 15:17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관광지 집단시설지구. 이곳에서는 도립미술관 건립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특히, 미술인들의 숙원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12월 시작된 건립공사는 내년 6월 완공을 앞두고 본궤도에 올라있다.하지만 미술관 하드웨어와는 달리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올 한해 가시밭길이 이어졌다. 도립미술관은 예산 확보과정에서 삭감의 진통을 수 차례 겪어야 했고 개관 이후 하드웨어를 채워줄 소프트웨어 준비 역시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며 감당 못할 공룡 하나 떠 앉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미술계 전반에 확산시켰다.실제로 전북도는 6,350여평 부지에 2,088평에 이르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중형급 종합미술관을 지으면서도 미술관의 향후 운영방식은 커녕 소장품 수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개관 준비 업무를 전담할 큐레이터나 학예사 한명 채용하지 않고 있는 등 미술관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거의 손을 놓아왔다.190억여원이 소요되는 건립사업비 확보도 불투명한 상태다. 예산 편성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삭감 논의는 미술관 건립의 변수이자 최대의 걸림돌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상당한 난조가 예상된다.올 한해 미술계에서는 도내 대표적 문화시설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역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뜨거웠다. 지난해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소리문화의전당은 지역 미술 활성화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공연 위주의 전략에 지나치게 편중한 나머지 지역 미술 활성화를 위한 전시 기획에는 소홀했고,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을 극복해 낼 만한 전략도 변변히 내놓지 못했다. 결국 전북예술회관 등 도심의 오래된 전시공간을 대체해 내지 못한 채 문턱 높은 전시장으로 전락해야 했다.그나마 지난 여름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론의 장이 열린 점은 미술계에 의미있는 자극제가 됐다. 해묵은 논쟁이란 이유로 뒤로 밀려나 있던 미술대중화와 미술시장 활성화 화두는 8월 열린 ‘전북 미술시장 활성화와 미술대중화를 위한 토론회’를 통해 미술판에 다시 끄집어내졌다. 작가와 화랑, 시장 등 미술을 중심으로 한 3자간의 관계 정립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된 이 토론회에서는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화랑과 전업작가들의 고뇌, 서울로만 발길을 돌리는 예비 화가들의 실상이 고스란히 공개됐고, 이를 해결하는 장기적 관점의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 소중한 기회가 됐다.자치단체의 문화행정이 축제 등 문화산업에 편중되면서 미술을 비롯한 순수 예술이 점차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에 대한 섭섭함도 미술계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한해였다. 특히 연말 예산편성 과정에서 전북미술대전의 예산 상당액이 깎이면서 이에 대한 미술인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이런 가운데에서도 창작 열정을 발산하려는 지역 미술인들의 고군분투는 여느 때 못 지 않게 뜨거웠다. 재기 발랄한 젊은 작가들도, 노련한 중견 작가들도 그리고 지역 화단의 주춧돌인 원로 작가들도 올 한해 서양화와 동양화, 서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혼을 꽃피웠다. 활발한 지역교류와 해외 무대로의 잇따른 진출 소식도 들려와 전북 미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이윤미기자 6milee@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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