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생의한가운데] 마스크의 선물

“마스크기증운동, 기업과 기관들 그리고 연예인 팬클럽까지
버스 마스크 상자엔 승객이 감사 마음을 쪽지로 전하기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11월 25일 13시36분

/김 보 금(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북지회 소장)

“거기 놓고 가”

우리 사무실근방에는 폐지 수거하시는 어르신이 계신다. 할아버지는 하루 2번 수거하고 다니시니 이제 이웃이 되었다. 가끔 계절별로 음료수를 챙겨드리는데 여름철엔 시원한 미숫가루에 얼음을 동동 넣어서 드린다. 욕심에는 얼음이 녹기 전에 쭉, 마시고 유리잔을 주시면 좋을 땐데 묵뚝뚝한 말씨로 옆에 놓고 가라 하신다. 좀 편해지고 나니 가끔 만나지 못한 날을 물으면, 돌아가신 할머니 제삿날이었고, 다리가 불편해서 쉬셨고 하루 폐지로 버는 돈은 얼마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이러다보니 빈 상자만 보면 할아버지 생각이 나고 사무실에서도 어느 정도 폐지가 모이면 그분을 부르게 되었다.

문득, 우리 전주에 폐지수거 하는 어르신들이 몇 분일까 궁금하다. 전주시에 행사가 있어 우연히 물어보니 약 200여명 넘는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200여명의 노인들이 리어카 한가득 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기위해 사계절을 도로에서 골목에서 애쓰고 있음에 죄송한 생각이다.

마침 모 기관에서 우리단체에 600장의 마스크를 기증하였다. 이에 우리단체에서도 400장을 더 해서 1,000장의 마스크를 준비하였는데 감사하게도 마스크 줄까지 주신 곳도 있다. 마스크를 주신 기관에서는 소비자들과 교육생들이 우리단체 방문 시 활용하라는 의미였지만 우리는 폐지수거하시는 어르신들께 다시 드리자고 생각을 모았다.

어르신들이 폐지나 고물을 수거하려면 당연히 마스크를 사용할 것이고 기초수급자나 어르신들께 무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마스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시기에는 필요한 생활용품으로 그분들께 드리는 일은 잘한 결정이다.

우선 어르신들을 길거리에서 만나서 전달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덕진구는 자전거 타는 동호회 모임에 부탁하였고, 완산구는 우리단체 회원이 지역을 나누어 어른신들 한분께 5장씩 직접 전달을 하였다.

어르신들께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마스크 한 장에는 따뜻한 이웃이 있음을, 힘든 이웃을 잊지 않는 마음이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4개월 전 부터는 우리단체를 포함한 50여개 단체들이 모여 408대 전주시내 버스에 마스크를 비치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 십시일반 4백여만 모금으로 출발한 마스크기증운동은 이제 여러 기업과 기관들 그리고 우리지역출신 연예인 팬클럽에서까지 기증하고 있다. 또한 마스크상자에 감사 마음을 쪽지에 담아 주시는 승객들도 있다.

시내버스 마스크 기부 운동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기증된 마스크를 일일이 개별 포장하는 일도 손이 많이 가고 버스배차지에 나누는 일도 함께 해야 하며 혹시 마스크가 모두 소진되면 다시 기부운동이 가능할까 언제까지 하여야 할지도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함, 사납고 날카로운 마음들이 마스크 미착용시 버스 타기를 거부하는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일로 표현되는 일들이 적어도 우리 전주에서는 발생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오늘도 습관처럼 빠른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 인근골목길을 돈다. 오늘은 새로운 얼굴들이 보인다. 폐지수거하기 위해 나온 중년의 50대 후반의 두 여성이 골목길에 앉아 수거한 상자를 정리하고, 땅만 바라보며 리어카를 끄는 중년 남성도 보았다. 그분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걱정이 앞선다.

폐지수거로 장학금을 쾌척한 어르신도 계시고, 종교단체에 기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럼에도 추운 겨울만이라도 얼어붙은 땅에서 리어카를 끄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정책은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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