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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직면의 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7월 14일 13시56분
화상을 입었던 누이가 있다. 젊은 날 꽤나 속상했지만, 중년 이후 누이에게선 향기가 난다. 생각해보면, 모든 상처는 꽃의 빛깔을 닮은 듯하다. 향기가 배어나는 이의 가슴속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내용의 시가 있다. 복효근의 ‘상처에 대하여’라는 시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오래 전 입은 누이의 /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 젊은 날 내내 속 썩어쌓더니 /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 요즈음 보니 / 모든 상처는 꽃을 / 꽃의 빛깔을 닮았다 / 하다못해 상처라면 /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 초여름 고마리 꽃을 닮았다 / 오래 피가 멎지 않던 /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 향기가 배어나는 가슴속엔 /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 잘 익은 상처에선 / 꽃향기가 난다’

상처를 가지는 것은 두렵기 짝이 없다. 들키는 것이 싫어서 숨기려고만 한다. 상처 따위는 없다고 부인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먼저 자신을 속이게 된다. 그럴수록 화와 짜증이 늘어난다. 진실하게 자신을 대하지 못하니, 늘 패배자가 된 기분이다. 그것을 다르게 부풀려 포장하기 바쁘다.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까지 번지거나, 몸의 상처가 마음으로 이어진다. ‘속인다’는 것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늘 달고 사는 것을 뜻한다. 나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니 타인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다. 작은 것에 트집을 잡고 닦달하기 일쑤다. 스스로는 더욱 강하게 핍박한다. 더 감춰! 완벽하게 덮어 둬! 전혀 보이지 않게! 이 억압은 용수철 누르기와 같다. 꽉 누르고 있으면 부피가 줄어들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 없다. 누르는 손이 아프기도 하지만, 손이 할 일이 따로 있지 않은가. 용수철을 떼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른다. 깊은 상처는 꽁꽁 싸매어 덮어두었지만, 아래에선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다. 지혈하면서 살뜰하게 보살피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처를 들여다봐야 한다.

브라질의 페르난다 타나즈는 선천적 질환인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피부 전체에 생긴 물집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인플루언서다. 분석심리학자 융(Jung)에 의하면, 인간은 내면에 혐오스럽고 경멸스러운 자신이 있다. 이것을 ‘그림자’라고 칭한다. 거부하면 할수록 그림자는 괴물처럼 커진다. 그것을 다스리는 유일한 길은 그림자를 알아차리고 진심으로 껴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덮어두었던 장막을 걷는 일이다. 내 안의 그림자인 상처를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치유가 일어난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상처 앞에 너무나 당당한 타나즈처럼!

/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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