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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나귀와 도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8일 13시54분

이달 3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부활절(31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린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일 오후 3시부터 광화문~서울광장 일대에서 ‘2024 부활절 퍼레이드’를 개최한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1장 1~11절을 보면 2000년 전 예수는 예루살렘 성에 입성할 당시 새끼 나귀를 타고 입성한다. 왜 예수님은 굳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는가?(마 21:1∼3) 구약시대 왕들은 전쟁 시에 말을 타고 다녔다. 당시 나귀나 노새는 성읍의 방백이나 일반 지도자들이 타던 짐승이었다. 예수님은 어린 나귀를 타심으로써 겸손함과 온유함을 나타내 보이셨다.

'기려멱려(騎驢覓驢)'는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본래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지공화상대승찬(志公和尙大乘贊)'에 "마음이 바로 부처라는 것을 알지 못하면 진실로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것과 같다.(不解卽心卽佛 眞似騎驢覓驢)'라고 했다. 선가(禪家)에서 깨달음을 자기 자신 안에서 찾을 일이지 밖에서 구하지 말라고 할 때 쓰는 비유다. 당나귀 '려(驢)' 대신 소 '우(牛)'를 넣어 '기우멱우(騎牛覓牛)'라고도 한다. 우리 속담 '업은 애기 3년 찾는다'는 말도 이와 비슷하다. '도끼 자루를 벨 때 잡은 도끼 자루에 말미암는다'는 글 속의 말은 출전이 있다. '시경'의 '벌가(伐柯)'편에 '도끼 자루를 베고, 도끼 자루를 벰이여. 그 법칙이 멀지 않네(伐柯伐柯, 其則不遠)'라 했다. 도끼 자루감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벨 때는 손에 쥔 도끼 자루를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데, 자꾸 멀리서 딴 기준을 찾으려 든다는 말이다. '중용'13장에서도 '도끼 자루를 잡고서 도끼 자루를 베면서, 둘러보아 살피며 멀다고 생각한다(執柯以伐柯, 睨而視之, 猶以爲遠)'고 했다. 표준이 자기 손에 있는데도 엉뚱한 데서 기준을 찾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선가와 교류가 깊었던 중국 송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은 이렇게 읊었다. ' 나귀 타고 나귀 찾으니 가소롭고(騎驪覓驢但可笑) 말도 아닌데 말에 비유함도 어리석음이리라(非馬喩馬亦成痴)'

'신발 신고 발 가려운데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痒)을 하게 된다면 가소롭게 되고 어리석게 될 것이다. 마음은 안 고치고 제도만 고치려 드는 사이에 민심은 저만치 떠나고 없다. 마음이 그대론데 제도를 바꾼다고 망가진 정치가 바로 서겠는가? 31일 부활절을 앞둔 시점에서 '가까이에 있는 것을 도리어 먼 데서 구하'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기를 국회의원 출마자들에게 하는 당부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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