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당신은 자신을 안아본 적이 있나요"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17일 14시20분

“당신은 자신을 안아본 적이 있나요? 없다면, 지금 자기의 몸을 한번 안아보세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진가 김지연은 사람들에게 이런 뜻밖의 요청을 했다. 그리고 그 청에 응한 아흔 아홉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이 23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김지연 사진전 ‘99명의 포옹’을 갖는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관장이자 사진가인 김지연작가는 코로나19로 대면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어려웠던 시절을 거쳐오며 저마다의 이유로 지치고 힘들어 있는 지인들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안아주기를 주문했다.

“자신을 꼭 안아보세요”

작가의 이런 청을 받은 99명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안아본 적 없는 자기 자신을 안아보며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람들은 뜬금없는 사진가의 부탁에, 어색해하다가 서서히 스스로를 안아주었다. 어떤 이는 쑥스러운 나머지 제대로 자기 몸을 끌어안지 못했다. 자기를 감싸며, '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델도 몇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의 동작은 비슷하지만, 표정은 모두 다르다. 쑥스러운 웃음을 짓고, 행복한 미소를 띠고, 놀란 얼굴을 보이고, 상념에 잠겨 있기도 하다. 동작 하나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로부터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삶에 지쳤던 어느 날, 제 자신을 껴안았다. 갑자기 나에 대한 안쓰러움, 고마움, 서러움 등 여러 감정이 솟구쳐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 순간,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하지 못하면 결국 타인과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니다. 그 뒤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

모델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관람객들은 그들의 다양한 표정을 감상하며 인물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감상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화가인 곽승호, 고보연 등 낯익은 얼굴이 너무나도 반갑다.

작가와의 대화가 다음달 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작가는 '정미소', '낡은 방', '근대화 상회', '삼천 원의 식사' 등의 연작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애틋한 시선으로 담아왔다. 20여 년 동안 13권의 사진집을 펴냈다. 지난달 1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류가헌갤러리에서 김지연 사진전 '99명의 포옹'이 전시됐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당신은 자신을 안아본 적이 있나요"

춘향을 읽다, 춘향을 그리다

전주완산도서관 길위의인문학, ‘길에 스민 전북 문학’

관우의 신성을 믿는 사람들은 행운을 점치기도 한다

'예술인의 첫걸음, 전주에서 시작된다'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캠프' 2기 참가자 모집

국악의 날 시행. ‘민간의 뜻이 정책으로 실현된 모범사례’

서체 추상에서부터 주변의 풍경까지 소개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

전주문화재단, '탄소의 검은 미학' 기획전 참여작가 6인 최종 선정

살기 좋은 도시 완주에서 성악의 향기 전해

여태명, 먹과 붓으로 글씨, 그림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화롭게 세상 표현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살기 좋은 도시 완주에서 성악의 향기 전해

사전투표하는 시민들

사전투표하는 서거석 도교육감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