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연기적 세계관과 철학적 담론이 메시지로 시를 엮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24일 14시01분

류인명 시인이 네 번째 시집 '화엄사 홍매화(펴낸 곳 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시인은 근원적 불안을 지닌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런 시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철저히 성찰하는 일에서부터 잃어버린 마음을 회복하고자 하는 그의 시는 구도의 시이다.

시인은 '시인의 길'이란 작품을 통해 '세월이 흘러 먼 훗날 내 한 편의 시가 외롭고 가난한 슬픔에게 손을 내밀어 그 슬픔을 나눌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죽지 않으련만 그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시는 내 존재이기에 내 안에 꿈틀거리는 시의 광맥을 찾아서 그 길을 가리라”고 했다.

그 구도의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시인으로서 해내야 할 창작활동이다.

그가 보여주는 시적 상징성의 탁월함은 개념과 체험이 융합되어 나오는 불교적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리라.

'화엄사 홍매화'는 ‘고향’에 도달한 자의 여유가 보이는바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모든 걸 얻게 되는 시적 아이러니가 이 시집의 큰 장점이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만나는 생명의 경외심과 연약성을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루며 노래하고 있고, 생활 속에서 발견된 따뜻한 풍경과 시인의 따뜻한 내면이 조우하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인간과 자연에 대해 사랑의 주제로 한국적 정서로 노래하고, 시인의 발 길이 닿는 곳 그 자연 속에 깃든 섭리를 통해 인간의 모순과 갈등을 치유하려는 시적 노력이 담겨져 있다. 또, 시인만의 종교적 상상력으로 인간에 대한 신의 영원한 은총이자 우리들의 숙제라고 할 수 있는 구원의 문제에 대하여 깊이 있게 성찰하고, 영혼의 들숨과 날숨이 노래가 되어 전편에 흐르고 있다. 이처럼 작가의 시세계는 사람과 자연, 자연과 인생에 담긴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삶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게 한국적 운율과 서정시의 순수성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시편 곳곳에 잘 배어 있다.

시인은 부안 출신으로 1998년 전북경찰청에서 정년퇴임 후 2006년 '한국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의 길', '둥지에 부는 바람', '바람 한 점 손에 쥐고' 등을 펴낸 바 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이사와 온글문학 운영위원장, 표현문학 미당문학 전북불교문학 전주문인협회 부안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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