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헬기 소음으로 가축 폐사… 법원 “국가가 배상”

항공대대 이전 후 소음피해 인정
재판부 “헬기 소음으로 재산상 피해 발생”

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11월 27일 16시34분

전주 항공대대 도도동 이전에 따른 헬기 소음이 가축 생육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문제가 있어 국가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전주시가 소음피해 대책마련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으로 청구가 기각됐다.

전주지법 민사4단독은 27일 A씨가 국가와 전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가 A씨에게 배상할 금액은 4,675여 만원이다.

도도동에서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9년 2월 항공대대가 이곳으로 이전한 후부터 한우 폐사, 암소의 사산, 수태율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해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항공대대가 이전한 해 소속 군용헬기인 수리온의 장주비행 횟수는 4·6·9·12월 총 699회였고, A씨의 농장에서 부대까지 거리는 짧게는 약 844m, 길게는 1.4㎞에 불과했다.

재판의 쟁점은 헬기 소음이 가축 생육환경에 실제 영향을 미쳤냐는 것이었다. 법원 감정인이 지난 2021년 4월 6일부터 12일까지 헬기 운행 시간 이 농장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일일 최대소음도는 72~85db(A), 공휴일 소음도는 72~73db(A)였다. 이는 가축 소음 수인한도 기준인 70db(A)를 초과한 수치다.

또 항공대 이전을 기점으로 두당 평균 수정횟수는 1.69회에서 1.59회로 떨어졌고, 암소 임신두수도 전국 평균인 76.8% 보다 낮은 50%로 측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헬기 비행소음으로 농장에서 사육하는 암소와 송아지가 폐사, 유산, 사산, 번식률 저하, 성장지연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면서 “피해정도와 규모 등에 비춰보면 이는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원고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으로 항공대가 이전하면서 소음 피해가 발생한 점, 원고가 항공대 이전 직후부터 소음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해왔고 피고 역시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판단에 영향을 줬다.

다만 원고가 이전사업 시행자인 전주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전주시 담당공무원들이 이전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소음피해가 발생했다 보기 어렵다”면서 “전주시가 소음 피해 방지대책 마련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만 주장할 뿐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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