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철학의 마중물

[책마주보기] 빌헬름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논고’(이지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2월 08일 12시59분

독일의 물리학자였던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 스피노자와 함께 17세기 합리주의 철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근대 시민혁명이 일어난 후 윤리적 담론은 신에 기인한 도덕관에서 인간 의지로 도덕 법칙을 정립하는 자율적 도덕관으로 변화해 간다. 일찍이 플라톤이 인식과 윤리 문제 그리고 철학적 명제들을 이데아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풀어내고자 했듯 흄 이전의 근대철학에서는 실체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사유를 천착한다. 이를 통해 철학적 담론 중에서 물리학과 도덕적 기준의 문제를 정초하고자 했으나 여전히 자유의지의 문제는 미해결 상태였다. 때문에 라이프니츠 역시 실체론과 형이상학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도덕의 가능성을 철학의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그는 무엇보다 자연법칙의 필연성과 자유의지와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가운데 인간의 의지가 순수한 이성의 판단에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내적 강제, 정념의 강제로부터의 자유이고 필연으로부터의 자유이므로 결국 자유는 인간 의지에 의한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데카르트, 스피노자의 실체 개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보완하여 새로운 실체론을 제시한 라이프니츠는 실체의 본성을 힘(능력)으로 규정하고, 무수히 많은 속성을 지니면서도 서로 구별되는 개체적 실체인 모나드를 도출해낸다. 신을 제외한 모든 개체적 실체는 영혼과 육체의 결합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라이프니츠는 이 결합체를 개별적 생명체인 하나의 실체로 간주한다. 개체적 실체인 모나드는 자신의 지각을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힘을 지닌다. 실체 내에 잠재해 있던 수많은 지각이 인간의 욕구에 의해 현실적 지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모나드는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우주를 구성한다.

그리하여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은 자연과학과 윤리학, 종교철학 등 광범위한 체계를 아우른다. 그러나 유한한 인간의 관점에서 세계를 창조한 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자유의지에 따르는 인간의 행위를 신이 어떻게 예견할 수 있는지 해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의 형이상학이 스토아학파 철학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 선, 능력, 완전 등으로 상징되는 신의 특질로 신의 실재를 적극적으로 증명하려 한 시도는 눈에 띈다.

결과적으로 인간 의지의 결정 원리를 신의 법칙인 ‘선한 행위’에서 찾은 라이프니츠는 가능태로서의 존재인 인간이 다른 개체와 조화를 이루고,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섬길 것을 강조한다. 수 세기를 거슬러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철학적 논거들이 재평가되는 것도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논리학, 언어철학, 신학 등 다양한 이론적 담론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당대의 실체론적 사유의 모순을 극복하고, 더 정교화함으로써 칸트로 이어지는 근대 계몽철학을 태동시키는 마중물이 되었다는 견지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이지혜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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