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도의회 예산심의는 '하이패스'…전체 99.7% 통과

예산수정률 0.3%, 예산배분율 0% 등 예산권 행사 전국 최저
집행부 견제하고 혈세 낭비도 억제할 예산심사권 강화 시급

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2월 10일 15시19분

■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예산안 분석

①재정운용

②민생경제

③사회복지

④자연환경

⑤생활안전

☞⑥지방의회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도민들이 자신들에게 위임해준 예산 심의권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와 도교육청이 제출한 예산 99.7%가 ‘하이패스’ 마냥 별다른 문제없이 그대로 통과하고 있는데다 예산 배분권 행사는 아예 전무할 정도다.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12~23년) 본예산 일반회계 기준 도의회의 예산 조정권, 즉 총예산 대비 삭감액과 배분증액 비율을 뜻하는 예산 수정률은 전국 최저 수준인 0.2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쉽게 말하자면 도청과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은 대부분 도의회 심사대를 무사 통과한 셈이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 중 경북(0.24%)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0.90%)과 비교해도 3분의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국 최상위권인 서울(2.49%), 경기(2.47%), 제주(2.29%) 등과는 무려 10배 안팎에 달하는 큰 격차를 보였다.

더욱이 예산 배분권, 즉 세출예산 삭감액을 예비비나 유보금이 아닌 일반예산 항목에 증액 배분하도록 유도한 비율은 0%에 그쳐 한층 더 심각했다.

한마디로 예산 수정 자체가 미미한데다, 그 삭감액마저 어디에 어떻게 다시 배분해 제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이런 문제는 타 지방의회 예산배분율과 비교하면 한층 더 확연해진다. 실제로 제주(91.07%), 인천(90.40%), 서울(87.60%), 경기(86.37%) 등은 무려 90% 안팎을 기록했고 전국 평균(45.94%) 또한 전북과는 큰 수준차를 보였다.

게다가 조례를 근거로 한 예산 반영률도 약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의원 발의, 즉 도의원들이 직접 제정한 조례 중 사업비 편성이 필요한 생활안전분야 주요 조례 모두 37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사례는 단 13건(35%) 뿐이었다. 공공 심야약국 운영 지원,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 고독사 예방 관리 등이다.

반대로 폭염과 한파 피해 예방,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비 지원,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 지원, 아동 주거빈곤 해소 지원 등 24건(65%)은 단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 상태라면 예산이 없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례로 전락하게 생겼다는 우려다.

이렇다보니 특단의 대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대회의측은 “지방의회 예산 심의는 집행부의 정책 확정을 통해 주민 요구를 반영하는 재정민주주의 출발점과 같다. 그럼에도 전북자치도의회는 예산 수정률도, 예산 배분율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예산권한 자체를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기도, 서울시, 세종시, 제주도 등처럼 예산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타 지방의회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론 경기도의회처럼 예결산정책 자문위 구성, 또는 서울시의회처럼 예산안 분석 토론회를 열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 등이 제안됐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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