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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희토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1일 14시03분

관세를 핵심으로 한 세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특유의 전술인 강한 압박을 통한 협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각국이 미국과 테이블에 앉았으나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렇듯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중국만은 다른 행보이다. 미국의 압박에 굽히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세계 최고의 시장인 미국을 포기할 듯한 중국의 굴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쟁력과 폭넓은 내수, 그리고 시장 다변화라고 한다. 그러면서 빼든 무기는 전가의 보도인 희토류이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의 수출을 금한다고 밝혔다. 희토류(稀土類)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이다. 자연계에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를 포함한 토양이다. 이들 원소는 소량으로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기에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한다.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전자제품과 미사일 제어장치, 전투기 등 군용 물자에 희토류는 두루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희토류가 없으면 첨단산업은 큰 타격을 받는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중국이 갖고 있다. 엊그제 미국이 급히 스위스 제네바로 중국 대표부를 부른 이유가 희토류 때문이라고 한다.

매장량 1위 역시 중국으로 약 4,400만 톤이나 된다. 2,200만 톤의 베트남이 2위, 그 뒤를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가 잇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충북 충주와 강원도 홍천 일대에서 약 2,400만톤 규모의 희토류가 섞인 광맥이 발견되었다. 이 정도면 50년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희토류 매장량은 큰 의미가 없다. 정제 기술이 곧 경쟁력이다. 희토류 정제의 최강국이 중국이다. 미국에서 채굴한 희토류도 중국에 보내 정제된다. 희토류에 함유된 소량의 원소를 추출하기 위해는 강한 화학약품을 쓰기에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서 정제하면 어떨까? 그 나라의 경제도 살리고, 선진국들은 값싸게 희토류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쉽지 않다. 전기와 물, 도로와 화학물질 수송망, 폐기물 처리 시설 등 복합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시설이 부족하기에 정제 시설을 갖춘다 해도 안정적 유지가 어렵다.

희토류 생산국이 되려면 충분한 매장량은 물론, 정제 기술,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완화된 환경 규제와 주민들의 수용성도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돼야 한다. 여기에 정제된 희토류 기반의 산업과 값싼 노동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최적지이다.

중동의 석유,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함께 중국의 희토류는 세계 3대 자원이다. 일찍이 석유 파동을 겪으며 자원 무기화의 위력을 느껴 희토류 경쟁력을 키웠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희토류 정제 연구와 설비의 절대 강국은 미국이었다. 이 기업이 환경 문제로 경영이 어렵게 되자 이를 매수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관세 압박이냐, 희토류 보복이냐?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 규제는 우리나라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리고 물려 있는 세계 산업 체인을 관세로 무너뜨리는 트럼프식 발상이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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