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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년, '모악산 금산사 동일선요(東一禪寮)' 편액 걸리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28일 14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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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년 김제 금산사에 '모악산 금산사 동일선요(東一禪寮)'라는 편액이 걸려 있었던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송정희의 '남유록'에 나오는 19세기의 금산사와 비비정의 모습이 드러난다. 규장각 소장 ‘남유록(南遊錄)’은 나주목사 송정희(宋正熙·1802∼1881)가 쓴 기록이다.

1863년 8월 부임한 송 목사는 지방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호남 여러 지방을 돌면서 기행시문(紀行詩文)을 남겼고 후손들이 모아 1922년 책으로 묶어 필사본 ‘남유록’을 펴냈다.

'남유록'은 그가 1863년 8월부터 1865년 6월까지 나주목사 재임 중 남도를 유람하면서 지은 시(詩)와 기문(記文) 등을 모은 책이다.

그는 1864년 2월(갑자년)에 김제 '금산사' 시를, 3월에 완주 '비비정' 시를 지었다.



금산사



언덕 사이 샘물 소리 방아를 찧는 듯

내달리는 종소리 층층 봉우리 흔드네

학이 둥지를 돌아오니 *송대(松臺)에 울음소리 들리고

용이 동굴을 떠나니 텅빈 동굴에 비린내만 남았네

덧없는 세상에 삼불(三佛)이 서 있으나

경지가 깊은 승려의 발자취 몇이나 될꼬

구름이 탑을 에워싸자 비가 내리고

오는 길 구불구불 저녁 종소리를 쫓네



비비정



정자 빈터에 옛 사당이 서 있고

강 언덕에 맑은 모래 출렁이네

일찍이 심은 크고 작은 나무

차례로 꽃이 피는 것을 보았네

외진 들녘을 조니 아스라이 비가 내리고

마음으로 길을 좇아도 구름은 아득하네

벽에 쓰여진 *우옹(尤翁)의 기문

연기와 티끌로 오랫동안 닳아졌네



*송대(松臺): 금산사 경내의 북쪽으로 송대라는 고대(高臺)가 있다. 이곳에 석종형탑파가 있으며, 그 앞쪽에 5층 석탑이 만들어졌다.



*우옹(尤翁): 우암 송시열이 최영길의 손자 최양의 청탁을 받고 써준 비비정기(飛飛亭記)를 말한다. 이곳의 '비비정', '호산청파'라는 바윗돌이 그의 글씨라고 전한다. 원래의 비비정 관련 자료는 임실에 있으며, 현자리의 비비정은 근래에 복원됐다. 현재의 편액은 강암 송성용선생이 썼다.



‘남유록’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무등산기(遊無等山記)’ ‘유백암사기(遊白巖寺記)’ 유금산사기(遊金山寺記)‘ 유월출산기(遊月出山記)’ ‘유보림사기(遊寶林寺記)’ ‘유송광사기(遊松廣寺記)’ 등 사찰 관련 기문이다.

‘유무등산기’에는 무등산을 호남 제일 명산이라 했으며 ‘백암사기’는 1863년 9월 장성 백양사를 유람하고 절의 연혁과 주변의 경관을 기술하고 있다.

‘금산사기’는 후백제 견훤의 고사를, ‘송광사기’는 지눌(知訥) 이래 여러 명의 국사(國師)가 배출된 승보사찰이라며 선사들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금산사 유람기(遊金山寺記)'는 1864년(갑자년) 2월에 썼다.



'후백제때 금산사는 깊고 험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현들의 유람의 흔적이 많았기 때문에 좋은 경치로 유명하다. 석문(石門)에 무지개가 걸려 있었고, 이곳에서 몇백 보 밖으로 들어가면, 문에 '모악산 금산사 동일선요(東一禪寮)'라는 편액이 있었다. 북쪽 언덕에 나한전을 서쪽을 향해 지었고 오백나한을 안치했다. 칠성각은 남쪽을 향했고, 사리각은 동쪽을 향했으나 불상은 없었다. 송대(松臺)는 조금 높고 빙 돌만큼 넓었다. 위로 이층의 단(壇)이 있는데 가운데에 사리탑과 부도를 두었고, 소나무, 백일홍이 늘어서 있었다. 아래에 30층의 돌계단이 있고 오른쪽 대적광전엔 다섯 여래와 여섯 보살, 그리고 십육 나한을 안치했다. 그 왼쪽 대장전 북쪽 벽은 금병풍에 불상이 새겨져 있고, 앞에 금불상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옛날에 창건한 곳이라고 했다. 명부전은 북향이고, 미륵전은 서향인데 3층으로 높이 솟아 있었고, 삼금불(三金佛)이 있었다. 높이는 10여 장이 될 만하고, 좌우에 있는 것이 더 낮았다. 문랑(門廊)이 대다수 허물어졌어도 오히려 웅건하고 수려하다고 일컬어졌으나 산으로 빙 둘러싸여 형세를 볼 수 없었다. 석문 밖으로 수십 보를 가면 너럭바위가 있는데 기울어져서 간신히 네다섯 칸을 수용했다. 바위 위에 흐르는 물이 연못에 쏟아졌고, 둘레 역시 네다섯 칸 넓이였다. 옛 이름은 용추(龍湫)인데 약천(㰛泉) 문원공(文元公) 송명흠(宋明欽, 1705~1768)선생이 일찍이 이곳에 유람을 왔다가, 용추를 사력(沙礫. 자갈)으로 막았기 때문에 메워져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없었다.

갑자년 음력 2월 중춘(仲春) 을미(乙未)에 나는 나주에서 이 절을 지나가다. 비를 만나 쉬면서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가 완산부(完山府)로 향했다. 완산은 후백제의 옛 도읍이다'



이에 앞서 이하곤(李夏坤·1677~1724) 선비도 1722년 '남유록(南遊錄)'을 남겼다. 18세기 전북의 모습은 어땠을까. 충청도 선비 이하곤이 1722년 10월 13일부터 12월 18일 까지 호남지방을 여행했다. 그는 '두타초(頭陀草)'에 일정과 내용을 상세히 적혀있다.

그는 10월 13일 충북 청주를 출발, 27일 여산, 28일 삼례, 29일 전주, 11월 1~3일 금구, 금산사, 피향정, 무성서원을 여행했다. 전남지역을 돌아본 후 12월 7일 남원, 8일 오수, 10일~12일 전주 경기전을 들러본 후 연산 개태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산사 미륵전 장육불 관련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11월 2일 금산사 장육불(丈六佛)의 엄청난 크기를 보고 작품을 남겼다. 장육불은 부처의 별칭으로, 그 키가 1장 6척에 몸이 황금색이었다는데서 유래한다. 그는 쇠로 주조했는데 높이가 20여 척은 되고, 아래는 철확(鐵鑊, 철가마)으로 쌍받침을 했다고 했다.



'호남에서 최고로 유명한 절은 금산사라. 첫 번째 보이는 건 동편의 장육불(丈六佛)이라네.손가락 끝까지 높이 뻗쳐야 좌대에 닿는 정도요. 고개들어 바라보니 정말 태양이라도 가릴 듯하네. 장엄하게 치장하느라 신라, 백제가 이미 망했으며, 창설의 공력 귀신에게 뺏길까 두렵네. 대중의 도움을 힘입어 시워진 줄 알겠으니, 명목(冥福)이 펼쳐져서 우리 백성들에게 미치리라'

금산사 미륵삼존불은 이보다 앞선 1626년 조성됐으며, 미륵존상의 개금(改金)불사를 행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복장문(服藏文)을 봉안한 것은 1708년이다.

송목사가 1864년 2월에 지은 '비비정유람기(遊飛飛亭記)'도 눈길을 끈다.



'전주최씨는 옛 장수의 집안이다. 그 선대가 삼례역에 비비정을 세웠고 우옹 송시열의 제액과 기문이 걸려 있었다. 우옹은 중국의 장비(張飛)와 악비(岳飛)의 영특함과 용맹함을 인용했고, 그 후손은 옛 장수의 가법을 추모하고 계승하기를 힘썼으니 훌륭하구나. 비비정은 이렇게 한 부(府)에서 중시됐고, 정자의 뒤 호산(湖山)의 영당(影堂)을 개창해 포은 정몽주, 우암 송시열, 문곡 김수항 등 세 선생의 상(像)을 안치했고, 동재와 서재 및 강당을 세웠다. 정자는 높은 언덕에 있었고 맑은 천과 광활한 들판을 굽어보았으며, 넓고 멀리까지 흥취를 다했다. 백일홍과 길쭉한 대나무가 언덕에 나란히 심어져 꽃과 잎은 살짝 펴있으니, 과연 명승지라고 할 만했다



갑자년 2월 병신(丙申)에 나는 영당을 지나다가 참배했고, 정자에 올라가 보았다. 애석하게도 최씨의 아들을 만나지 못했으나 그 선현의 자취를 징험했기에 우암(송시열)의 당일의 가르침이 쇠퇴하지 않도록 권면할 것이다'



우암 송시열이 지은 '비비정기'에서는 ‘장비’나 ‘악비’에서 비비정이 유래했다고 했다.



'완산지"에 ‘飛飛亭, 在北 三十萬曆癸酉武人崔永吉建, 爲別, 中間撤去, 英祖壬申年, 觀察使 徐公命九重建, 以爲官亭’라 기록되어 있어 후정리 비비정의 위치와 유래를 알 수 있다. 즉, 후정리 비비정은 1573년(선조 6)에 무인 최영길(崔永吉)이 맨 처음 지었다. 그 후 철거됐다가 1752년(영조 28)에 관찰사 서명구(徐命九)가 중건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과 더불어 정자가 없어졌는데 최영길의 9대손 최광용이 을유년에 감영에 품계를 했지만 중건을 보지 못했다가 1998년에 후정리에 비비정이 복원됐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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