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의 길목]통합의 덫에서 벗어나 협력의 길로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8월 27일 14시37분

26년 전 처음 논의가 시작된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세 차례 시도 끝에 번번이 좌절로 끝났다.

“특례시 지정”과 “국비 지원”이라는 화려한 약속이 내세워졌지만, 결과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보다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행정비용과 주민 간 갈등은 지역 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제는 통합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넘어, 「지방자치법」 제199조를 토대로 한 전북형 메가시티 조성이야말로 현실적이면서도 혁신적인 해법임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은 재정과 행정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마산·창원·진해 통합 사례를 보면, 통합 이후 약 5,400억 원의 행정비용이 발생했지만 정부 지원은 약 2,000억 원에 그쳤다. 기대했던 규모의 경제는커녕 인구 감소와 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완주와 전주 역시 최소 수천억 원의 행정구역 개편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통합은 지역 발전보다 재정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특별법 논의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대립 속에 수년간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별법 제정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예산안 수립과 연계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간 이해득실이 부각되면서 국회의원들 사이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실제로 SOC 사업이나 지역균형발전 사업 예산을 둘러싸고 매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듯, 특정 지역 통합을 위한 막대한 지원 예산은 전국 단위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미 전세사기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등 여러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지방자치법」 제199조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규약은 관련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즉, 기존 행정통합처럼 국회에서 새로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현행법 체계 안에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초광역 협력체를 꾸릴 수 있는 것이다.

법률적 안정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정치적 변동에도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적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완주와 전주는 이미 동일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병원과 대형마트, 교통망을 공유하고 있으며, 광역교통카드나 공동 관광마케팅 같은 생활밀착형 협력은 즉시 추진 가능하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작은 협력에서 시작해 신뢰를 쌓는다면, 더 큰 초광역 협력의 토대가 마련된다. 나아가 정부가 약속한 ‘초광역권 협력 사업’ 지원을 활용하면, 전북형 메가시티는 단순한 행정통합보다 훨씬 더 큰 재정적·정책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은 국내 최초로 설치된 특별지방자치단체였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와 정치적 변수 속에서 결국 무산된 경험을 남겼다.

특히 정권 교체와 함께 각 지역이 얻을 실익에 대한 계산이 달라지면서 이해득실의 차이가 부각되었고, 이는 합의 붕괴로 이어졌으며, 현재는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이라는 법적 구속력이 약한 협의체를 위한 추진단을 꾸려 운영 중에 있다.

즉, 제도적 기반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치적 환경 변화가 통합 논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광주·전남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광역교통, AI, 에너지,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광역 협력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으며, 성공 여부는 제도적 기반 위에 실질적 협력과 지속적 지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광주·전남 모델이 성공하려면 정파나 정권 변화와 무관한 공동 어젠다와 분명한 성과 지표를 규약에 못 박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북형 메가시티는 이러한 국가적 비전과 맥을 같이하며, 지역 간 상생과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모델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이제는 주민 체감, 경제적 효율성, 법적 안정성을 모두 담보하는 협력적 해법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통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라는 불확실한 절차 대신, 이미 법적으로 보장된 「지방자치법」 제199조의 틀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신속한 선택이다.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는 더 이상 완주군민들의 갈등을 심화시키지 말고,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이 지체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처럼, 진정한 상생의 길은 통합이 아니라 협력에서 시작된다. 전북이 그 선도적 모델을 만들어갈 때인 것이다./완주군의회 의원 심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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