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경제와 미래]민족주권이 진정한 국익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03일 15시12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에이팩) 정상회의가 끝났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미국의 횡포에 끌려다녀야 하는 수치스러운 시대를 경험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인공지능기술 중추국으로 선언하는 의미를 만들어냈다. 젠슨 황이 우리나라를 묘사한 말이 진실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기적이 계속되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되기 위해 정부는 국익을 우선한다는 기본자세를 가지고 모든 협상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사실상 국익 우선이라는 주장은 모든 정부가 해왔다. 언론에 글 쓰고 말하는 논객들도 한결같이 국익이라는 낱말을 쓴다. 내놓고 사대외교(事大外交), 덩치 큰 나라를 섬기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국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문제다. 그들이 주장하는 국익은 ‘덩치 큰 나라의 힘에 굴복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떤 사람은 친미(親美)가 국익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친중(親中)이 국익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국익이란 낱말과 관련하여 매국노 이완용의 주장을 떠올리게 된다. 한일합방을 정당화하는 논조를 펼치며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조선 민족의 장래 행복을 계획 도모함에 안전케 하기를 위함”이라고 한 것이다.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 조선은 국제경쟁이 과격한 때에 있어서도 일본과 함께 일국을 완전히 유지시킬 수 있었다” 1919년 5월 30일 치 매일신보에 이완용이 쓴 글의 한 부분이다. 어이없게도 이런 이완용을 현실적 합리주의자라고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이완용의 매국적 논설에 오늘날 미국이나 중국을 대입하면 어떻게 읽힐까? 국익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논조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 이들도 현실 인식을 바르게 하는 합리주의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이완용과 비교하면 놀랍게도 현재의 국익 논조에는 반민족적 매국의 유전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우리는 “국익(國益)”이라는 낱말 앞에 민족주권(民族主權), 국가주권(國家主權), 국민주권(國民主權)이라는 말을 동시에 붙여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자기 나라를 지키는데 다른 나라의 힘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주권을 지킨다는 각오일 것이다. 그 의지가 일관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권적 이상주의(理想主義)를 실천하는 행동가들이다. 현재의 나라 힘이 좀 부족하더라도 힘을 쌓아가며 홀로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와 기업이 그런 이상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창업하여 새 산업을 일으키는 기업가 정신이 다름 아닌 이상주의다. 기업가 정주영 선생이 500원짜리에 그려진 거북선을 내보이며, 조선소 건립 투자를 영국에서 요청했던 태도가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다. 그것이 이상주의적 행동가의 모습이다. 그러면 주권적 이상주의를 실천하는 두 가지 방안을 말해보자.

먼저 대학과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 영역과 연구과제를 개척해야 한다. 금년도 노벨상 계절이 지났다. 일본인 수상자가 두 명이 나왔다. 국내 언론에는 한결같이 우리는 언제나 과학계의 노벨상을 받느냐고 한탄하며, 각자 나름의 대책을 제시한다. 연구지원의 양과 기간을 정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창의적인 과제를 만들어내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교과서로 우등생 되는 차원을 넘어, 교과서를 만드는 연구자가 되라는 말이다. 새로운 연구는 남의 이론에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다음으로 기술과 소재, 부품, 장비의 주권을 세워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영역에서 세계 1위가 되지 못한다면 끌려다니는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평가받는 백남준 선생의 말을 기억한다. “세계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서양 게임의 규칙으로 이길 수 없다면, 그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 우리가 지침으로 삼을 말씀이다./김도종 •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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