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주 특별한 도마 전시회

유성기 목수, 화재의 아픔 이겨내고 전주 갤러리 한옥에서 개인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08일 08시04분

전주 도심에서 수제(手製) 도마를 선보이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김제 만경제재소 유목수의 도마전이 11일부터 18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전주향교 앞 갤러리 한옥에서 열린다.

유성기 목수가 도마의 원목인 느티·자작 등 나무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나이테와 옹이 등의 흔적이 나무 명장의 손길로 오롯이 남은 수제 도마 수십여 점을 전시한다.

원목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난 국산 참죽·느티나무 도마 위에 돼지고기 수육을 썰어 올리고 옆옆이 마늘, 양파채, 고사리나물, 꽃잎 하나 같이 곁들이면 최고의 밥상이 된다. 후식으로 자그만한 원목 찻상에 다기를 놓고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내 마신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나무로 만든 플레이팅 도마 등 용품은 부엌과 식탁 인테리어를 장식함과 동시에 요리 풍미를 더해주는 멋진 소품들이다. 집들이 선물이나 집 분위기를 바꿀 때 활용하면 일품이다.

그는 목공방을 차리고서 창의력을 발휘해 어렵게 창조해낸 목공예품을 판매할 ‘기술력’이 없어 동분서주했다. 지인들에게 목공예품을 나눠주기도 하고 집에서도 사용하며 실용적인지 살펴보기를 반복했다. 목공예품을 제조하는 전국 공방과 주변 공방들을 탐방하기도 했지만 판로가 쉽게 뚫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서 도마를 팔 수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국산 참죽나무와 느티나무로 손으로 직접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참죽나무는 정읍 지역과 경남 하동 지역에서 자라며 원목 무늬가 독특하고 아름답기에 집에 들여놓으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무 상태를 잘 골라 사는 것도 보는 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국산 나무를 고집하는 까닭은 딱딱하고 사계절 나이테가 치밀하며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 나무는 빨강과 검정 색깔이 화려하게 나타나고 대형목이면서 연하다. 김제 고향사랑 답례품으로 선정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조석진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유산 소목장으로부터 전통제작 기법을 전수받았다. 간벌하거나 집을 허물거나 고재를 이용, 의자나 다탁, 책상, 도마 등을 만든다. 크게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평생 목수생활을 해 오고 있다.

목수로서의 세월이 너무 많고 그렇다고 예술가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허전하지만 예술과 일상, 자연과 안위, 목수와 예술가의 경계선에 서 있다. 그런 까닭에 그 자신은 예술가로 불리기에는 어설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무의 선택도 그렇고, 많은 연장을 다루는 방법도 그러하고... 그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집안을 지킨 것도 그렇고 베테랑 목수인 것은 이미 사실 이지만 이제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안다. 자신의 '측은지심'은 버리고 오히려 주변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영락없이 예술가 명장이다.

2023년 12월 17일 오전 4시 6분쯤 김제 만경읍의 한 제재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1시간 40분 만에 잡혔다. 이날 화재로 건물 605㎡와 지게차, 승용차, 목재 등이 탔으나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만경제재소는 탄화목처럼 희워지지않고 더욱 더 유연하고 견고해졌다.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평생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유성기는 오늘도 이렇게 관찰한다.

이택구 갤러리 한옥 관장은 "집은 인간에게 있어 안식처를 제공하고 자는 곳이다. 그 집을 짓는 직업이 목수 중 대목이고,생활에 필요한 목물을 만드는 목수를 따로 소목이다. 유성기공방은 대목도 이에 포함되는 집안이지만, 생필품을 만드는 소목에 가깝다. 부디 전시회에 참여, 나무 속에 숨어 있는 그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고 격려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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