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년07월12일17시31분( Sunday ) Sing up Log in
IMG-LOGO

채용신 曰 “임실서 초상화 그리시게? 소 한 마리 값 82원만 내셔”

‘미술시장의 탄생-광통교 서화사에서 백화점 갤러리까지’는 채용신의 ‘사업 수완’에 빗대본 그 시기의 풍경이 눈길을 끌어
채용신, 정찰가격제’로 전신상에 100원, 반신상에 70원. 1928년 임실에서 소 한 마리를 82원에 거래했다는 기록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5월 24일 14시12분
IMG
채용신 曰 “임실서 초상화 그리시게? 소 한 마리 값 82원만 내셔”

석지 채용신(1850∼1941)은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관직을 내던지고 낙향해 전주, 익산, 변산, 고부, 남원,임실 등을 다니며 항일 우국지사와 유학자들의 초상 그리기에 몰두했다.

이때 그가 도입한 파격적인 방침이 있었으니 ‘정찰가격제’다. 전신상에 100원, 반신상에 70원. 그 시절 이 돈이면 뭘 살 수 있었을까. 소 한 마리다. 1928년 임실에서 소 한 마리를 82원에 거래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의 초상화 한 점을 받으려면 제법 큰 ‘현금’이 필요했던 거다.

대표작으로 ‘고종황제어진’ ‘영조어진’ ‘흥선대원군 초상’ ‘최익현 초상’ 등이 꼽히지만 능력도 능력이지만 흥미로운 건 그의 지극히 현대적인 ‘사업수완’이었다. 그는 초상화를 의뢰한 고객에겐 막내 아들을 파견해 선수금 20원을 받아오게 했단다. 그 이후의 고객 접대는 큰아들 몫이었고. 나중에는 ‘초상화 제작합니다’로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고 전한다. 작가이력·제작가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증명사진 같은 초상화란 특수성이 마땅히 반영됐을 터이다.

'미술시장의 탄생-광통교 서화사에서 백화점 갤러리까지(저자 손영옥, 출판 프른역사)'는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형태의 미술시장이 언제 태동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그 답을 찾는 책이다. 채용신의 ‘사업 수완’에 빗대본 그 시기의 풍경이 눈길을 끌고 있는 까닭이다. 저자는 미술시장이 전근대적 성격을 벗어나 근대적인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으로 이행한 시점을 개항기라 보고 형성사의 첫머리를 개항기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미술품으로 인정받는 ‘미술로서의 고려청자의 발견’이 이뤄진 것도 개항기이고, 갤러리의 전신인 ‘지전’과 ‘서화관’ 등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개항기라는 것이다.

120년 전, 한양에서 어쩌다 마주쳤을 한 외국인 신사의 모습을 보자. 중절모를 쓴 그는 조선백자 항아리를 들고 조선인 상인들과 흥정을 하고 있다. 갓을 쓴 조선인 상인 2명은 짐짓 여유를 가장하고 있다. 그 가격엔 팔 의향이 없다는 듯한 포즈다. 몸이 단 쪽은 서양인으로 보인다. 서양인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상인들이 알아차린 것 같다. 낯선 서양인의 출현이 신기한지 코흘리개 동네 아이들이 현장을 빙 둘러싸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더 그래픽The Graphic》 1909년 12월 4일 자에 실렸던 이 삽화는 개항 이후 서양인의 등장이 ‘은둔의 나라’였던 한국의 미술시장에 끼친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항기에서 첫발을 뗀 저자는 이후 여정을 일제 문화통치 이전(1905~1919), ‘문화통치’ 시대(1920년대), 모던의 시대(1930년대~해방 이전)로 옮기면서 한국 미술시장 형성사의 세세한 풍경을 탐색한다. 이 여정에는 거래가 양성화된 후 최고의 미술상품으로 자리잡게 된 고려자기, 일본인들끼리 사고파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고려자기 시장,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려자기를 소유할 수 없던 일본인 지식인층에 의해 고려자기의 대체재로서 ‘발견’된 조선백자, 컬렉터로서 이름을 날리는 한국인 자산가층의 등장, 갤러리ㆍ경매회사ㆍ전람회 등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 자본주의적 미술시장 제도 등이 주요 풍경으로 등장한다.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상투 튼 남정네들이 외국인과 마주치는 게 낯설지 않았을 개항기의 한양 종로길로 떠나보자./이종근기자



그림은 채용신의 자화상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