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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아는 만큼 보인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06일 14시53분

대답은 YES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 말은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그의 답사기가 종전의 대히트작이 되면서 이제 문화유산을 얘기할 때면 반드시 떠올리는 경구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문화유산 답사에서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우게 되는 모든 것들에 통하는 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는 쌓일수록 누에고치에서 실이 뽑아져 나오듯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그 새로운 것이 또 다른 새 것으로 인도해 주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지당하다.

유홍준 교수의 이 문장의 연원은 어디일까를 찾다 보니, 조선 후기의 문인이었던 유한준이 서화 수집가 석농 김광국의 그림첩에 썼던 발문 중 일부를 따온 것이었다. 유한준은 서화 수집에 진심이었던 김광국의 진정성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기 위하여 “알게 되면 진짜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고 싶어지고, 보게 되면 모으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쓸데없이 모으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지었던 것이다. 이 찬사는 유홍준 교수에 의해 아는 만큼 보인다로 축약되어 공부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명구가 되었다.

실제로 필자 또한 이 말의 연원을 찾아가다가 조선 문인 유한준 뿐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수집가 석농 김광국을 알게되고, 나아가서 김광국이 극찬했던 김정의 이조화명도를 알게 되었고, 제주에서 사사된 김정의 임절사 시비까지 알게 되었다. 말그대로 아는 만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진짜로 알게 된 것은 따로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인다는 유한준의 문장이다. 그렇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보다 내게 더 와 닿는 말은, 알게 되면 진짜로 사랑하게 된다였다. 사약을 앞에 둔 김정을 알게 되니 임절사를 지은 그의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게 다가왔다. 알게 되니 사랑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중순, 익산 왕궁리유적에서는 문화재야행이 있었다. 8년째 이루어지는 왕궁 축제이다. 늦은 밤 시민들의 왕궁나들이로 백제 왕궁이 북적였다. 사흘동안 5만여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왕궁의 인기가 실감났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들이 펼쳐지는 밤, 축제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연구소는 왕궁갤러리라는 이름으로 공부방을 차렸다. 올해는 왕궁리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10년이 되는 해여서 왕궁리유적 등 익산의 백제문화유산 사진을 걸어놓고 야행을 찾은 분들에게 이 유산들의 가치를 설명드렸다. 왕궁리유적 현장에서 듣는 백제 왕궁의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지 실감나는 표정으로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셨다. 이 모습을 보며 욕심이 생겼다. 왕궁리유적을 알게 되고 진짜로 사랑하게 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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