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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길목]사법부의 최종 보루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21일 16시36분

2025년 현재 대한민국 대법관의 인원수는 14명이다. 헌법이 규정한 이 숫자는 1988년 개정된 헌법 이래로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경제 규모의 확장, 사회적 갈등의 심화에 따라 법적 분쟁은 급격히 증가했고, 대법관 1인당 사건 부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법관 14명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한 논의는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대법관 인원수를 살펴보면, 미국은 9명, 일본은 15명, 독일은 16명, 인도는 34명이다. 인구 대비 대법관 수를 고려할 때, 대한민국 대법관 1인당 담당 인구는 약 370만으로, 일본(830만)과 비교해도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법원의 연간 사건 수는 3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대법관 1인당 사건 수는 2,100건에 달하며 미국 대법관 1인당 사건 수(100건)와 비교할 때 약 20배에 달하는 업무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행 시스템의 한계와 대법관 증원 필요성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 대법원은 3심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최종심에서 대법관들이 사건을 심리한다. 그러나 사건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대법관들이 개별 사건에 대해 심도 깊은 법리적 논의를 하기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판결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헌법적 중요성을 지니는 사건과 단순 민·형사 사건이 동일한 구조에서 처리됨으로써 사건의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크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법관의 증원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사법부의 효율성과 판결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 수를 최소 30명으로 늘려 사건의 유형별로 대법관들을 배치하거나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대법관을 선임하는 방안은 반드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대법원이 노예제와 인종차별에 대해 판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되었던 판결 중 하나는 드레드 스콧 사건(Dred Scott v. Sandford, 1857)이라 할 수 있다. 드레드 스콧은 미주리주 출신의 흑인 노예로, 주인과 함께 노예제가 금지된 일리노이주와 위스콘신 준주로 이주하였다. 이후 주인이 사망하자, 스콧은 자신이 노예제가 금지된 지역에 거주했으므로 자유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하급 법원에서 부터 대법원까지 올라가며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법원은 7:2로 스콧이 미국 시민이 아니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흑인은 헌법이 규정하는 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 연방정부는 노예제도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 미주리 타협(Missouri Compromise)은 위헌이며, 노예 제도는 각 주의 고유 권한이다. 이와 같은 판결을 하여 미국은 사회적·정치적 영향으로 남북 갈등 심화로 노예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여 남부의 노예제 옹호론자들을 고무시켰고, 북부의 반노예제 운동가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공화당 창당과 링컨의 부상하였으며 드레드 스콧 판결은 노예제 확산을 막으려는 공화당 창당의 계기가 되었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를 비판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미국 대법원이 사법적 중립성을 상실하고 노예제를 합법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이 판결은 노예제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함으로써 도덕적 정당성을 훼손했고,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결정으로 대법원의 판결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을 남기며, 사법부의 권력 남용과 헌법 해석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법원은 법적 양심과 균형적인 판결이 중요시 되는 사법부의 최종 보루다. 대법관 증원의 시급성과 사법부의 구조적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적 분쟁은 그 양과 질적 측면에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은 대법관 수를 최소 30명으로 증원하고, 사건의 유형과 중요도에 따라 대법관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사법부 개편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원 증원이 아닌 사법 정의 구현과 법적 안정성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 될 것이다./배문철(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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