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19세기 호남 조리서 ‘규중세화’ 베일을 벗기다

완주군 소재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소장,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 논문 발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14일 08시14분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 연구원이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학연구 56호에 ‘19세기 호남 조리서 추정 ’규중세화‘ 해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호남지역 조리서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 해오던 완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소장 저자 미상 ‘규중세화’에 대한 첫 종합적 해제와 분석을 시도한 작업이다.

술 23개 항목, 조과 5개 항목, 찬품 13개 항목, 김치 3개 항목 등 술과 음식 44개 항목에 대한 원문판독 및 기발굴 조리서와의 대조를 통해 ‘규중세화’ 수록 음식법의 전승 계보 및 지역적 특색을 추정한 연구이다.

필사 시기는 1859년으로 추정되며 베낀 흔적으로 미루어 순수 창작물이 아니지만 고유성이 확인되는 방문이 26개 항목(59.1%)이나 존재하며 기존 조리서와 겹치는 항목의 경우도 나름의 독창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전사본임에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표지에 기록된 ‘기미년 득’이라는 글자로 미루어 1859년에 전사 또는 습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베낀 흔적으로 미루어 순수 창작물이 아니지만 고유성이 확인되는 방문이 59.1%이나 존재하며 기존 조리서와 겹치는 항목의 경우도 나름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규중세화’가 전사본임에도 원본이 전해지지 않는 필사본으로써 큰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 조리서와 비교분석 결과 기존 조리서를 베낀 것으로 보이는 18개 항목(40.9%)에서 수도권·충청·영남 조리서와 유사성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호남지역 조리서인 ‘하심당가 음식법’ (14개) 및 ‘음식보’(1개)와 겹치는 비중이 15개로 83%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더구나 ‘규중세화’의 고유 방문 중에 남도지역 양조방식의 특징이 확연한 주품이 ‘하심당가 음식법’이나 ‘음식보’보다도 많은 3가지(맥효주, 효주, 하절주)나 존재하고, 전남 방언의 특징이 드러나는 언어적 요소가 보인다는 점은 ‘규중세화’가 호남 음식문화가 반영된 음식서라는 중요한 단서에 해당된다.

그러나 전남 담양의 홍주송씨 종가 소장 필사본인 ‘하심당가 음식법’의 86.78%가 ‘규중세화’와 겹침에도 불구하고 두 조리서가 상호 모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라도, 그중에서도 전남지역과의 연계성이 크다고 보는 근거는 ‘하심당가 음식법’과 ‘규중세화’ 등 두 조리서에 공통으로 나오는 ‘너력지, 효주, 짐채, 동침지’는 유독 전남지역에서 활용도가 높은 방언이기 때문이다.

‘규중세화’ 고유 방문 중에서도 호남지역색이 확연히 드러나는 항목이 3개나 존재하고, 전남방언의 특징이 드러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은 ‘규중세화’가 호남 음식문화가 반영된 음식서일 것이라는 강력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전남 담양의 홍주송씨 종가 소장 필사본인 ‘하심당가 음식법’의 86.78%가 ‘규중세화’와 겹침에도 두 조리서가 상호 모사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두 조리서 간의 상관관계와 및 모본이 되는 제3의 미발굴 원전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미제로 남게 됐다.

이는 지금까지 호남지역 조리서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 있어왔던 원전 미발굴 전사본 ‘규중세화’의 해제와 함께 음식 사료로서의 가치를 소개하고, 그 지역성을 추정한 연구이다.

바로 이같은 시도가 지금에야 가능해진 이유는 2022년 ‘음식보’의 소장처가 나주 풍산홍씨의 가전(家傳) 음식서임이 확인되고, 2024년 ‘하심당가 음식법’이 전남 담양지역에서 발굴되는 등 지역성 판단의 가늠자가 생긴 덕분이다.

박연구원은 “이제 그 기반이 마련된 만큼 추후 ‘음식보’와 유사도가 높은 ‘역주방문’, ‘규중세화’나 ‘하심당가 음식법’과 유사한 제법 및 전남 방언이 보이는 ‘주방’, ‘술만드는 법’, ‘하생원주방문’, ‘양주방’, ‘양주법’, ‘리생원책보주방문’ 등 필사자 및 소장처 불문 조리서들의 지역성을 파악하는 연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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