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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감소, 가공산업 활성화 그리고 ‘안전한 K-장립종’ 수출로 돌파하자

국립식량과학원 경지이용작물과 박동수 농업연구관

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7월 23일 16시14분

국내 쌀 소비량은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1980년대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130kg에 달했지만, 2024년에는 55.8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식생활의 서구화, 1인 가구 증가, 외식·간편식의 확산이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소비 감소는 생산 과잉과 가격 불안정 등으로 이어지며 쌀 산업 전반에 구조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쌀은 더 이상 ‘밥만 짓는 곡물’이 아니다. 즉석밥, 쌀국수, 파우더, 과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원료로 활용되며, 최근에는 저글루텐·글루텐프리 식단과 웰빙 식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증가와 맞물려 쌀 가공식품의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쌀 산업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가공 중심 산업 전환’과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는 장립종 쌀 수출 확대’ 전략이다.

특히 주목할 분야는 인디카형인 ‘장립종’이다. 세계 쌀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폭넓게 소비된다. 국내에서도 연간 4천 톤 규모로 수입되며, 공매가나 온라인 유통가격이 지속 상승 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수입산에 의존해왔지만, 이를 국산 장립종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내수 확대는 물론 수입대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산 쌀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생산된 쌀에서 비소(As) 검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철저한 이력관리와 청정 재배환경을 갖춘 국내산 쌀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신뢰를 제공한다. 이는 ‘K-푸드’의 건강하고 안전한 이미지를 반영한 한국형 장립종의 차별화된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5년부터 국내 대학, 즉석밥 및 가공품 기업과 협력해 ‘장립종 벼 기반 쌀 산업 혁신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여건에 맞는 장립종 벼 품종을 개발하고, 수출용 가공식품에 적합한 재배 기술, 수확 후 관리기술, 수출 전략 등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국제미작연구소(IRRI)와 협력하여 최신 유전자원과 육종재료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 쌀 산업 정책은 생산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산업체가 가공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고, 생산단지와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품질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체와 농가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 품종 개발, 계약재배, 수출 물류, 가공설비 투자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쌀 소비 감소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지만, 이를 도약의 기회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의 벼 품종 개발과 산업체·농가 간 유기적인 연계는 ‘K-쌀 가공식품’ 산업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공 중심의 산업 전환과 장립종 기반 수출 확대 전략이 추진된다면, 쌀 산업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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