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이종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24일 14시28분

여름을 기다리는 마음 저편에는 연두빛 보다도 더 아름다운 초록으로 물들고 있는 자연이 시원한 바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앞서곤 한다. 이 순간조차도 피부에 닿는 햇살의 따사로움을 느끼고, 맑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이른 아침에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시간에 저 멀리서 여름의 소리가 들려온다.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상이 그림의 한 장면으로 펼쳐지고 있다. 때론, 자연의 풍광에 빠져들거나, 생각에 골몰하다가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정경을 놓치곤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것 또한, 자연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리라.

살아가다가 도시 속의 답답함에 떠밀려 자연에 묻히고 싶어 여행을 머리에 그린다. 자연의 풍경이 그리워 여행 채비를 하고 지리산 둘레 길을 향해 등반 준비를 아침부터 서둘렀다. 그곳에 도착하니 푸르른 초록빛 자락이 고고한 자태로 포근하게 일행을 감싸듯 안아 주었다. 이렇듯 자연은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편안한 품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받아 준다.

산을 오르다 보면, 여러 인연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우리는 그동안 못다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중에 낯선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밝은 미소로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도시에서 메마른 감정으로 바쁘게 살다 보니, 이름 모를 병을 얻게 되어 삶의 의미를 잃고서, 어머니의 품인 두메산골 지리산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귀농하기로 마음을 다짐하고 지치고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 자연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꾸던 과수원을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며 직접 길을 만들고 들꽃들을 가꾸었다고 한다. 과수원 터에 작은 컨테이너로 만든 안식처를 숲속의 라이프 ‘심심산방’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한들거리는 들꽃들과 이야기를 하고 고양이와 강아지, 닭장 속의 닭들과 노래하며 하루하루를 심심하지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늘 푸르른 자연과 함께 인생을 가꾸며 산다고 했다.

그녀는 자연의 향기를 맡고 싶어서 꽃들을 햇빛에 말려 꽃차를 만들고, 여름에는 자두나무 아래서 연녹색의 푸르름과 함께 말린 꽃차를 여유롭게 마시며, 즐거운 모습으로 병의 치유를 자연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길가의 질경이들은 그녀를 위한 밥상 위의 쌈 채소로 등장하였고, 지천으로 깔린 들풀로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 즐거움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은 자연만이 할 수 있기에 나는 ‘자연의 치료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자연의 꽃들로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치유를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다가올 여름의 들과 산에 지천으로 깔려 있을 자연 속의 들꽃들을 보면서 마음이 상쾌해졌다. 그녀를 위한 새로운 생명을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축하하듯, 자연의 푸른 향연이 마음에 꽃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이종순 수필가는

수필가(문예사조 등단), 시조시인(시조문학 등단)으로 교육학박사를 취득했다.

호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우석대학교 유아교육 석사과정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며, 교육부 유보통합 연구진으로 창의 숲 연구소와 아이가 크는 숲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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