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호병탁 시인, 문학평론가 별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20일 14시16분

호병탁 시인, 문학평론가가 19일 서울 보훈병원서 폐렴으로 별세했다.

그는 1949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시인이기도 했지만, 평론가로 유명하며 많은 문학인들에게 쓴소리와 냉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글짓기를 주장하였던 드문 비평가이기도 했다.

“평론이 지나치게 엘리트주의적이고 현학적 성격을 띠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칫 일반독자와 독서행위를 위축시키거나 작품을 감상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기호 시인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글을 전개하는 호병탁 비평가는 놀라운 감수성으로 모티프를 채어 낚는다”, 또 “그가 펼치는 평론의 천재적 예술성은 그의 해박한 지성과 깊은 사유와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가 전북으로 이주, 정착한 것은 1990년대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면서부터다.

젊어서는 가진 재주가 많아서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몰두하다가 모험심으로 파월장병으로 월남전 참전까지 했다.

그는 1998년에 등단했다. 오일장에 팔려 나온 짐승 새끼부터 소쿠리에 담긴 생선 몇 토막, 정겹고 걸쭉한 사투리로 흥정하는 시골 장터의 모습, 막걸리 몇 잔으로 떠들썩해진 민초의 모습까지 시골 장터에서 한 번쯤 마주해본 추억을 소재로 채워낸다.

“내가 쓴 글 다시 보니 절로 나오는 말/ 아직 멀었다/ 찬물 세수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쓰자/ 쓸 것 아직 수두룩하다/ 거울 속 쭈굴탱이 얼굴 하는말/ 벌써 다 왔다”(시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나의 생’ 전문)

시집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문예원)'에 실린 작품이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호병탁 시인의 시는 삭을 대로 삭아 아주 호아져버린 나주 영산포 오자 자배기 속 지푸라기에 싸인 흑산도 홍어 맛이다”라며 “이 시인의 도저한 근저에는 때론 어둡고 우중충하고 때론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아득한 절망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으로 그의 시 속에는 남도 바닷가의 곰삭아 호아질 대로 호아진 갯땅 홍어 맛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깊고 으늑한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은 "지난 8월 7일 고려병원에서 전송할 때, 서울에서 치료받고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나누었다"면서 "아주 다정하고 친절한 선배로 많은 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분이었다며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충격적이다"고 했다.

시집 '칠산주막',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와 평론집 '나비의 궤적', '일어서는 돌', '양파에서 고구마까지-21세기 한국 시문학을 보는 융합적 통찰', '시의 집을 찾다' 등을 펴냈다.

'문예가족' 회장, '표현' 주간, 만식문학상 운영위원, 혼불문학상 심사위원, '씨글' 편집위원, 전주문인협회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문학상,표현문학상, 군산문학상, 아름다운 문학상, 한국예총회장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배우자 이미희, 아들 호용우, 호용방 등이 있다. 빈소는 중앙보훈병원장례식장이며, 장지는 용인평온의 숲-이천호국원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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