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의 길목]민주주의의 숙명, 표현의 자유와 거짓말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8월 20일 14시39분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는 개인의 존엄과 자율성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각 개인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이다. 민주주의 사회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주장하며 토론하는 데 제한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 권리로 수용할 수는 없다.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분하고, 거짓을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항상 옳지 않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통념이지만 의외로 철학자들에게는 꾸준히 논쟁의 대상이다. 칸트는 ‘거짓말은 인간성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리주의자인 벤담이나 밀은 ‘거짓이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낳는다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이러한 철학적 논쟁은 거짓말이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만이 아니며 사회적 맥락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맥락으로 볼 때 현대사회에서 거짓말은 단순히 개인 간의 관계 차원을 넘어, 여론을 형성하여 집단의 의사결정과 사회적 신뢰를 위협한다. 가짜 뉴스, 음모론, 허위 정보 등은 각자의 신념과 가치에 기반하여 진행되어야 하는 민주적인 토론의 기반을 훼손한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왜곡된 방향으로 공적인 담론을 이끌어간다. 즉 현대사회에서 거짓말은 단순한 ‘사실의 오류’를 넘어, 집단의 담론을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정치적 양극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일부 광신적이라 할만한 무도한 정치집단은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에서는 항상 거짓이 함께 나타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허위 주장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거짓 의견과의 충돌 속에서 진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밝음이 더 빛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념은 정보의 유통이 제한적이고 공론장이 비교적 균질했던 19세기적 맥락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 알고리즘이 거짓을 확대 재생산하고, 허위 정보가 사실보다 빠르고 넓게 확산되는 현실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진실의 승리’라는 고전적 낙관론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누가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권한을 갖는가이다. 국가가 그 역할을 독점할 경우, 허위 정보 차단이라는 명목 아래 정치적 비판이나 불편한 진실들을 억압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가짜 뉴스 처벌법’이 반대파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거짓말을 다루는 해법은 법적 금지와 무제한 허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내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권력보다는 또다른 장에서 거짓말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을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국가적 규제 보다는 자율적으로 사실을 검증하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확산하는 사회적 공론장을 강화하는 시민사회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언론과 방송 등 미디어를 대표적인 사회적 공론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언론과 방송 등 미디어가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과 진실을 구분해내고 건강한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도록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 개개인이 비판적 정보 해석능력을 갖는 것이 올바른 시민이 되는 필수적인 자격요건이다. 비판적 정보 해석능력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학습과 건강한 토론의 결과물로 얻어진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는 시민은 나의 주권을 타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으로 전락한다.

거짓말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긴장은 민주주의 사회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표현의 자유는 진실만을 위한 권리가 아니며. 때로는 거짓을 감내해야 하는 역설적인 권리이다. 이 역설을 인정하면서도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진실을 찾아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권리인 것이다./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박은희 기자의 최근기사

[오늘의 길목]민주주의의 숙명, 표현의 자유와 거짓말

[오늘의 길목]민주주의의 숙명, 표현의 자유와 거짓말

전립선암, 조기 발견과 관리가 생존율 높인다

[기고]국민주권시대,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 여성암 발생률 1위 ‘유방암’, 정기적인 검사로 조기에 발견해야

온누리아이코리아, ‘쏘코옥 조합’ 네오메딕스 맨포뮬러, 완판 행진 … 전립선 건강 신조합으로 인기몰이

순창장본가전통식품, ‘소상공인 역량강화 컨설팅 지원사업’으로 새 도약...백년의 전통, 미래로 잇다

플룹스 쓰리샷 손목마사지기, 11차 물량 1주 만에 완판… 12차 리오더 돌입

SNU안과가 설명하는 스마일라식 업그레이드 버전 스마일프로 특징

프렌치쪽갈비, 차별화된 메뉴 및 체계적 지원…’전국 가맹 확대 본격화’

백내장 초기증상 정확한 진단 후 수술을 통한 개선방안 고려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주제일고 연극부 ‘제스트’, 제29회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 금상·우수연기상

국제와이즈멘 전주백제클럽, 수해복구 봉사

국가유산청 우리고장 국가유산활용사업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프로그램 오수면 초등학생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