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남원 저존재에 양대박 장군 영정과 '운암파왜도' 걸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31일 11시34분

남원 저존재에 양대박 장군 영정과 '운암파왜도'가 걸렸다.

충장공 청계 양대박 의병장 영정 봉안식(忠壯公淸溪梁大撲義兵將影幀奉安式)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30분 저존재에서 열렸다.

남원양씨충장공파종중이 마련한 이날 봉안식은 양의병장 서거 433주년(음력 7월 7일)을 맞아 정단 김병건화백을 통해 최초로 그려진 양의병장의 영정을 재실 저존재에 안치하는 행사였다.

저존재(著存齋)의 ‘저존’이라는 명칭은 '예기(禮記)'의'제의(祭義)편'의 '사랑을 지극히 하면 혼령이 보존되고, 정성을 다하면 혼령이 드러난다(愛極則魂存誠極則魂著)'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저존재는 양의병장의 제사를 받들며, 학문을 닦기 위한 공간으로 문중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세웠다.

이번 영정을 그린 사람은 익산출신 정단 김병건화백이다. 그는 홍익대 동양학과 1990학번이다.

개인전 두 번의 개인전과 비디오아트전 등을 가졌다.

올해 남원양씨 구졸암파 영정 작업에도 참여한 그는 양대박장군의 후손 30여 명의 사진을 놓고 문무겸비하고 교만해보이지 않고 강직한 모습으로 영정을 완성했다. 복식 역시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그는 논개 표준 영정을 그린 윤여환화백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표범 가죽을 깐 의자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양의병장을 그렸다.

수염과 눈썹은 검은색의 가는 선으로 표현하고, 눈가와 이마에 주름을 묘사해 노년의 풍모가 잘 드러나도록 그렸다. 야윈듯한 얼굴 모습에서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이 엿보인다.

' 충장공 청계 양대박상 을사 하월 정단 김병건 작'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낙관을 찍었다.

그는 '운암파왜도'도 그렸다. 흑백의 그림 위에 색깔을 입혔다.

'운암대첩’은 1592년 6월 25일 운암에서 1,000여 명의 의병이 만여 명의 왜군을 공격해 천여 명을 참획하고 대승을 거둔 것을 일컫는다. 이 날 아침 전주로 가기 위해 출발하던 중 운암의 장곡에 진을 치고 있던 코바야카와 타카카게의 왜군을 공격해 대승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영정 제막식과 고유제를 시작으로 경과 보고, 화가 작품 설명, 회장 인사, 내빈 축사 및 격려사, 마지막으로 분향 순서로 이어졌다.

양대박(梁大撲·1543∼1592)은 남원 출신으로, 조선 중기 문인이자 임란의 대표적 의병장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공을 세운 황진장군, 조경남과 더불어 남원의 삼웅(三雄)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는 중종 때 남원에서 태어나 집안이 부유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덕망을 지녔다. 시문에도 뛰어나 당대 삼당시인과 교류하며 시회를 열었고, 허균에게 시문을 높이 평가받았다. 현재 전해지는 시는 200여 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양대박은 직접 격문을 작성해 의병을 모집하고, 두 아들과 종을 포함한 부대를 구성해 군량과 무기를 자신의 사재로 충당했다.

담양에서 고경명 진영에 합류 후 전주로 이동하던 중 임실 운암에서 왜군을 격파하며 큰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전쟁과 군량 모집 과정에서 병을 얻어 임진년 음력 7월 7일 사망했다.

정조는 양대박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정문을 하사하고, 병조참판으로 추증했다. 1796년에 보국숭록대부 판중추부사 겸 병조판서로 추증 후 '충장'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남원양씨 충장공파종중은 이번 봉안식을 계기로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운암전투 승리와 호남 방어에 기여한 양의병장의 업적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양해석 회장은 "청계 할아버지의 업적이 현재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봉안식을 계기로 지역 주민과 후손들이 양대박 의병장의 위업을 기리며, 시문학적 업적도 평가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남원시의회 의장 그리고 남원문화원장과 남원향교 전교, 양씨 중앙종친회장, 남원양씨 용성부원군대종회와 병부공대종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김병건은 가수 정단으로 활동, 2024년 연말 비디오아트 전시회 및 콘서트를 진행했다.

‘정단’은 부활의 명곡 ‘아름다운 사실’을 부른 서정적인 보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가수 이전에는 홍대를 다니던 미술학도였다.

가수 활동을 하던 정단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이유는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본인의 그림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018년 임재범이 부른 ‘낙인’의 작곡가 김종천의 곡 ‘보호자’ 라는 곡을 발표하려고 준비하던 중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그림으로 그리라는 지인(코미디언 장용)의 제안을 받아드린 것.

결과적으로 자신이 그린 해당곡의 뮤직비디오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을 계기로 그는 2019년, 서초동에 위치한 ‘나우리아트센터’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콜렉터의 러브콜을 받는 등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이 전시는 정단이 부른 곡에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완성된 뮤직비디오 '보호자', '소년 겨울 그리고 봄', '아침점심저녁 너' 등 세 편을 비디오아트에 맞게 편집, 음악과 함께 상영하는 ‘비디오아트전’이었다.

우리나라 가수로는 최초로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에 관심이 갖지 않을 수 없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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