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노벨상이여 안녕히!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14일 14시18분

2025년 노벨상 과학 분야인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그리고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생리의학상은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의 메리 브런코 박사, 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프레드 램스델 박사, 일본 오사카 대학의 사카구치 시몬 교수가 공동수상하였다. 인체가 스스로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T세포의 존재를 규명하여 “말초면역관문”의 새로운 파라다임을 제시하여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문을 열었다.

물리학상은 “거시세계에서도 양자역학이 작동“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공로로 미국 UC버클리 대학의 존 클라크 교수, 미국 예일 대학의 미셀 드보레 교수, 미국 UC산타바바라 대학의 존 마티나스가 공동수상하였다. 이는 양자 컴퓨팅의 현실화를 앞당긴 역사적 성취로 평가되었다.

화학상은 “금속-유기골격체(MOF)”를 개발한 일본 교토 대학의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 호주 멜버른 대학의 리처드 롭슨 교수 그리고 미국UC버클리 대학의 오마르 야기에게 돌아갔다. 이 연구는 탄소포집, 촉매반응, 기후위기 대응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신소재혁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었다.

생리의학상에서 사카구치 교수는 1995년에 자가면역 질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세포인 조절T세포를 발견하였다. 2001년에는 브랑코 박사와 람스델 박사가 Foxp3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자가면역 질환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물리학상에서는 클라크와 드보레 교수는 1984년에, 마르티니스 교수는 1985년에 전기저항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부품인 초전도체로 제작된 전자회로를 이용하여 거시적 크기의 실험을 입증하였다. 화학상에서는 롭슨 교수가 1989년에 MOF구조를 합성하였고, 기타가와 교수는 1997년에 MOF구조내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마르 교수는 1995년 안정적 MOF를 합성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렇듯 올해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아이디어 모두가 1984, 1985, 1995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후속 두·세번째의 공적이 1990~1995년 사이에 이루어 진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계에서도 어김없이 올해도 기대를 했었으나 수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뿐더러 일본은 2관왕을 했다고 대서특필이다.

우선 1980~2000년 사이에 우리나라 과학계의 기초연구에 있어서 현재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세계적 독창성이 있는 연구자가 있었던지 복기를 하여야 한다. 물론 독자들께서 더 잘 아실 것이다.

둘째, 일본의 기초연구는 탄탄하다. 19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과 결합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경제복구와 함께 기초연구분야의 엄청난 투자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변이 참으로 넓다.

마지막으로 노벨상 분야처럼 “경쟁”하는 곳도 없다. 우리나라의 현재는 모든 분야가 세계하고 경쟁하여 이룬 것이다. K-가 붙은 모든 분야에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유독 교육·연구 분야만은 경쟁보다는 하향평준화로 가고 있다. 특히 노벨상에 필요한 창조적교육에 있어서는 거의 말살 수준이다. 현재의 대입시스템의 수능시험제도나, 대학등록금 인상억제 등 3불 정책은 세계와의 경쟁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대학의 연구비분야는 역사부터가 일천하다. 미국·일본·EU등은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무수한 시행착오를 걸쳐 현재의 연구비 평가·분배 시스템에 이르렀으나 가난했던 우리나라의 연구비 평가·분배 시스템은 200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되었다고 보면 맞는다.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가 대학에서 나오는 근본적 이유를 빨리 분석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연구비 부문과 대학 기초연구형태를 과감히 뜯어 고쳐야 지금부터 20년 후에라도 노벨상을 바라 볼 수가 있다.

아니면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시스템이 창조적 교육과는 결여되어 있고, 대학의 기초연구시스템 또한 그러하니, 고치지 못하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현 상태대로 계속 진행하여 노벨상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허기야 일천했던 산업기술을 현재의 세계반열에 끌어 올려, 이 정도 잘사는 것도 노벨상을 탄 것과 버금갈지도 모른다.

/강길선(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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