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여성의 삶의 질을 지키는 비뇨부인과-부끄러움 대신 당당함을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18일 14시14분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중년 이후에도 여전히 비뇨부인과 질환을 “나이 탓”, “참아야 할 일”로 여기며 참고 지내곤 합니다. 저는 산부인과 전문의사로서 그리고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갈고 닦은 이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주에서 소피아 여성의원을 개원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여성의 행복을 디자인한다는 슬로건아래 환자들을 돌보면서 의외로 비뇨부인과 영역의 치료 가능한 질환을 방치한 채 삶의 질이 떨어진 여성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보곤 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비뇨부인과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뇨부인과는 여성의 배뇨기계와 생식기계가 교차하는 부위의 질환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대표적으로 복압성 요실금, 절박성 요실금, 방광류, 직장류, 자궁탈출증, 질 이완증, 성교통, 반복성 방광염 등이 있습니다. 이들 질환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일상과 사회생활에 큰 제약을 줍니다. 예컨대 기침이나 재채기만 해도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 환자들은 외출 자체를 꺼리고, 성생활이나 부부관계에 부담을 느끼며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흔한 질환조차도 많은 여성이 정상적인 노화 현상으로 오해하고 치료를 포기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50대 이상 여성의 40% 이상이 요실금을 경험하지만, 전문 진료를 받은 경우는 10% 남짓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만큼 비뇨부인과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끄러움이 치료의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대 의학은 비뇨부인과 질환 치료법을 빠르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항 콜린너직 약물치료와 케겔 운동과 같은 행동치료로 초기 요실금을 관리할 수 있고, 레이저와 고주파 치료는 질 점막과 골반저근을 강화해 수술 없이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뇨부인과학은 여성의 비뇨기계와 생식기 계통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의학 분야입니다. 주요 목표는 방광, 요로, 자궁, 난소, 질과 외음부에 이르기까지 관련기관의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물론, 건강 증진과 교육을 통한 예방에 힘씀으로써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신체적, 정신적 웰빙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향상 시키는데 있습니다.

제가 요실금 치료 전문여성의원인 소피아 여성의원을 운영하면서 기존 요실금치료용 의료용품인 미니슬링의 단점을 개선하여 개발한 “요뚜기” 미니슬링은 한국, 미국, 중국의 특허 등록이 되었고 국소마취 하에 10분 내외에 수술이 가능하고 통증도 적으며 또한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질식수술이나 복강경·로봇수술로 치료할 수 있으며 더 이상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은 비뇨부인과 질환의 치료는 단순한 배뇨 문제 해결을 넘어서 전신 건강과 심리적 안녕까지 회복시킨다는 것입니다.

배뇨 불안이 줄어들면 외부 활동과 사회참여가 늘고, 부부관계 만족도,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서 비뇨부인과 진료는 여성의 삶의 질을 지키는 의학인 것입니다.

비뇨부인과 질환은 결코 여성의 잘못이 아닙니다. 단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애 변화일 뿐입니다.

이 분야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는 여성들이 부끄러움 대신 당당함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삶, 품위 있는 노년, 그리고 행복한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용기 내어 진료실 문을 노크하는 것입니다./두재균(전주 소피아여성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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