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선거구 획정 늑장에 6.3지선 '깜깜이'

-국회 정개특위 공전에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도 표류
-장수 무주 등 소도시 도의원 살릴 선거법 개정도 못해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11월 30일 14시38분

■ 제9회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 D-4

여야가 또다시 선거구 획정에 늑장 부리면서 6.3지방선거도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게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회 차원의 공론화가 시급한 지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전국 소도시 광역 시·도의원 존폐 문제가 걸린 장수군 전북도의원 선거구 헌법 불합치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정치개혁공동행동이 2022년도 지방선거를 문제삼아 장수군을 대상으로 제기한 위헌 소송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구편차 허용 기준(상하 50%·인구비례 3대1)에 못미칠 정도로 인구가 적을지라도, 광역 시·도의원 정수는 시·군당 최소 1명을 보장하도록 한 선거법 제22조는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다.

덩달아 지방 정관가의 시선은 국회에 집중됐다. 당장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장수군 뿐만 아니라 전국 소도시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에선 장수군과 무주군 의석이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논란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시한은 선거일 180일 전, 즉 12월 5일까지다. 하지만 여야는 그 법정시한이 닷새 남은 30일 현재 정개특위조차 가동하지 못했다.

전북자치도의회는 즉각, 문제의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의회는 지난 10일 긴급 채택한 대국회 건의안을 통해 “헌재 판결은 모든 유권자의 표가 동일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평등선거 원칙을 재확인 했다는데 의미가 크지만, 인구비례 원칙에만 치우쳐 지방자치와 지역대표성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되, 지역대표성과 지역균형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 발의자인 박용근(장수) 의원은 “헌재 또한 선고 당시 인구비례의 원칙이 중요하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의 대표성 보장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국회는 당장, 이를 고려한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처럼 국회 정개특위가 공전하면서 광역 시·도의원은 물론, 기초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 작업도 동반 표류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실제로 전북자치도 선거구획정위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도 관계자는 “현행법상 기초 시·군의원의 경우 국회가 먼저 의원 정수를 결정하면,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선거구를 논의해 획정하도록 규정돼 어쩔수 없다”며 “현재로써는 국회가 의원 정수를 결정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입후보 예정자들 또한 자신의 선거구가 어딘지조차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유권자들은 공약 비교는커녕 후보자가 누군지조차 잘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제5회 지선(2010년), 제6회 지선(2014년), 제7회 지선(2018년), 제8회 지선(2022년)에 이어 내년 6월에 치러질 제9회 지선까지 5회 연속 반복되는 문제다.

이렇다보니 선거구 획정권 지자체 이양 등과 같은 ‘극약처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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