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 일본의 사후 기부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21일 14시34분

일본에서는 상속인이 없어 국고에 귀속된 유산이 지난해 우리 돈 약 1조 2,000억 원 정도로 10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상속인이 없는 사람이 늘면서 생전에 재산 기부처를 정해두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오랑우탄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요코하마의 한 동물원은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 생전에 이 동물원을 자주 찾았던 지역 주민이 자신의 유산을 동물원 운영에 써 달라는 유언장을 남긴 덕분이다.

일본의 사후 기부(遺産寄付, 이산키후)는 자신의 유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형태로, 특히 상속인이 없거나 고령화로 인해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경우나, 사회 공헌을 원하는 의사로 인해 활발해지고 있으며, 지진 피해 지원, 난치병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기부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사후 재산 기부 의사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으며, 특히 고향납세(故郷納税)와 같은 미리 하는 기부 방식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일본 사회의 기부 문화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살아있을 때 하는 고향납세(지방세 기부)도 활발하지만, 사후에 재산을 기부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SNS를 통한 기부: 고인의 SNS 게시글을 계기로 수천 건의 기부가 모이는 등,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부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선 누가 기부하는가? 고령층은 연금 수급 등으로 여유가 생기거나, 삶을 돌아보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후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상속인이 없는 경우, 가족이 없어 재산이 사회로 환원되도록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재난 복구, 의료 연구 등 사회적 약자를 돕고 공공사업에 기여함은 물론 기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만족감을 얻는 효과도 있다.

자신의 사망 뒤 재산을 어떻게 기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세미나도 인기이다. 일본의 사후 기부는 단순한 재산 처분을 넘어, 자신의 삶을 사회와 연결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나이 들수록 건강 상태나 생활환경이 점점 나빠질 것도 걱정이지만, 내가 죽고 난 다음엔 어떻게 될 것인지도 고민입니다”(60대 이모씨) 고령화와 이혼·미혼 증가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아무도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들어간 돈이 지난 10년간 121억원에 달하고 있다.

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노인들이 남긴 임대차보증금이나 예·적금 통장 등의 재산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고에 귀속된다. 홀로 외롭게 살아온 고령자들은 어렵게 재산을 일구었지만, 사망하고 나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법에 따라 국고에 귀속된다. 고인의 사후 재산이 보다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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