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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황상규의 논술특강<2>제시문을 활용하라
2007년 01월 07일 (일) 김종성 기자 jau@sjbnews.com
우리나라 대학 논술은 제시문이 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출제되는 제시문 내용이 문학이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철학 등 일정한 범위가 없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논술에 일정한 범위가 없다는 것이 논술을 하는데 일차적 어려움을 준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보고 논술을 준비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각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있다는 것은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술이다. 다음해 논술 문제는 전혀 엉뚱한 분야에서 출제된다.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 출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하다고 하여 기출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는 것은 실패하는 지름길이다.

더욱이 이런 다양한 제시문들을 연결시켜 생각하도록 하는 통합논술의 성격을 띠면서 논술 시험이 난해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간단한 예로 2004년 서울대 문제를 보자. 제시문1은 역사가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는 역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시문2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과학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시문은 돈 키호테가 기사 이야기에 빠져 양떼를 보고 군대라고 하는 문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주어진 제시문1,2,3 사이의 관계를 묻고 답하는 것이었다.

일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판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시문을 이해 분석하는 능력은 서울대 기준으로 하면 100점 만점에 20점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것이 만만치 않다. 제시문1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역사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 난해한 생각이 들지만, 제시문2는 더욱 난해하다. 쿤의 패러다임론은 대학가에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원문은 철학을 한 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철학에 대한 기초 소양이 없이는 제시문을 판독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또한 문제 자체는 다양한 학문에 관한 내용 같지만,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철학의 인식론적 문제이다. 인간의 지식이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인식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만일 인식론적인 훈련이 없는 사람은 이런 문제를 접근했을 때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오류에 빠진다. 그래서 평상시 철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논술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그럼, 제시문을 이해하고 판독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실전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제시문을 적절히 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논증력(30%)과 제시문 이해분석력(20%)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논술자가 제시문을 나름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여 제시문의 내용을 무시하고 글을 쓰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첫째 논리적으로는 논점이 빗나가기 쉽다. 제시문을 활용하지 않고 제시문과 별개로 글을 쓰다보면 제시문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글이 흘러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하여 글을 쓰는 것은 논점을 바로 잡아 논증력을 올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제시문을 활용하다 보면 제시문을 꼼꼼히 살피게 되어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더욱이 제시문을 활용하면 원고지 분량을 채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시문을 활용하여 글을 쓰면 논증력, 제시문 이해 분석력, 분량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제시문을 활용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제시문을 활용할 때 절대 제시문 원문 그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시문 원문 내용은 자기 글이 아니기 때문에 감점요인이 된다. 그래서 제시문을 활용할 때 제시문의 내용을 자기 글로 소화하여 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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