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농업용수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해 몽리구역 내 수백명의 농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D산업을 비롯한 전주~광양간고속도로 1공구 시공업체들은 지난해 봄 교량을 가설하면서 완주군 용진면 상삼리 용교마을 인근의 하천보를 훼손했다. 보 길이는 200m가량으로 절단된 구간은 50여m에 이른다.

소양천을 가로지르는 이 물막이는 상삼리와 하이리, 원구억 등 8개 마을 논밭을 적셔주는 생명수로 농민들은 이 물을 이용해 수십 년간 농사를 지어 왔다.

하지만 교량가설공사와 함께 보가 훼손되면서 하천은 바닥을 드러냈고 논밭을 적셨던 물길도 끊긴 상태다. 업체측은 물막이를 훼손하기 전 몽리구역 농민들과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소양천 하류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300여 농가들은 극심한 용수난에 시달리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보를 훼손하기 전에는 땅을 몇 길만 파도 물이 펑펑 쏟아졌는데 물길이 끊긴 이후로는 30m이상을 뚫어도 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군에서 수해대책으로 뚫어준 일부 관정도 물이 마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역은 비가림하우스가 많아 겨울철에는 수막재배를 통해 상추와 호박 등 특용작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농민들은 당장 올봄 농사가 걱정이라며 울상이다.

500평의 비가림하우스에서 상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용근씨(하이리)는 "이 지역 토질은 모래와 자갈로 구성돼 있어 한 길만 파도 물이 샘 솟듯 했다. 그러나 보가 끊긴 이후 물이 말라 농가마다 아우성이다"며 분개했다.

원구억마을 주민들도 "아무리 국책사업이지만 몽리구역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물길을 막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당장 복구하되 농민들과 차량이 함께 통행할 수 있도록 보의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측은 "정식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아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면서 "즉각 현장을 확인해 농민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종기자 kimcj@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