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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황상규 논술특강 초등12-상상력 동원 안돼
2007년 04월 29일 (일)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지금까지 배운 것을 간단히 검토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사물을 배우고 익힌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해서 전체를 끌어낸다고 하였고, 그런 방법을 귀납법이라 하였습니다.

귀납법은 “모든 까마귀가 검다”는 모두라는 전체를 포함하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좋은 면도 있지만, 부분을 보고 전체를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틀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는 좀 더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만일 귀납법에 의해 얻은 지식이 틀릴 수 있다면, 논술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드시’, ‘꼭’, ‘절대로’, ‘확실히’와 같은 용어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용어는 자신감이 있어 좋게 보일 수 있으나,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확실하다는 것을 내비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고 독단에 빠지는 위험스런 말입니다.

그렇다고 ‘같다’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같다’라는 말은 근거가 미약해서 자신이 없을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표현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떨어뜨립니다. 가급적 그런 표현은 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그럼 논술을 할 때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요? ‘생각한다’는 표현이 강한 자기주장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밝히기 때문에 합리적이면서 겸손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 말은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말하면서도, 그의 주장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다는 여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생각한다’라는 표현을 써서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이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는 이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귀납법은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반드시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앞서 말했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무슨 말일까요? 논술을 할 때 상상력은 금물이라는 소리입니다. ‘상상해서 말한다는 것’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동화나 소설, 신화에서 가능한 일이지만, 근거를 중요시하는 과학이나 논술의 세계에서는 가장 피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상상력에 의존하는 동화나 소설을 논술을 공부하는 안내서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동화나 소설의 내용이 논술의 소재는 될 수 있습니다. ‘흥부’와 ‘놀부’를 놓고 누가 더 현명한 사람인지 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설에는 누가 더 현명한지에 대해서 어떤 암시도 없습니다. ‘착하면 복이 온다.’는 생각에 근거해 그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소설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고 논술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동화나 소설은 논리보다는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논술에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흥부전에서 제비가 박 씨를 흥부에게 준다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소설에서는 왜 착하게 살아야 하고, 착하게 사는 것이 어떻게 복을 가져온다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올 것이라는 사람들의 막연한 소망을 담고 ‘상상력’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입니다.

동화나 소설의 내용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상상력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라면, 어느 면에서는 논리적인 사고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의 이야기는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 내용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책을 즐겨 읽다보면 상상력은 발전될 수 있지만 논리적인 사고는 후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앨리스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또 논술 문제를 ‘상상해서 써보기’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논술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상상해서 말한다는 것은 논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상력을 기본으로 하는 소설이나 동화와 같은 문학을 위한 글쓰기입니다. 논술의 세계에서는 ‘상상력’보다는 냉정한 논리적인 생각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경험에 근거한다고 해서 모두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경험에 근거를 한다고 해도 단순히 한 번한 경험을 가지고 말한다든가, 한 개인의 체험을 가지고 말한다는 것은 과연 신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꿰뚫는 논술’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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