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노래가 있었다.

라디오를 죽인건 비디오만이 아니다. TV, 위성방송, 이동통신, 인터넷등 뉴미디어의 위협이 라디오의 몰락을 재촉했다. 하지만 라디오가 영원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라디오는 새롭게 변신중이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의 출현이 올드미디어의 생존을 위협한다기보다는 신 기술을 바탕으로 올드미디어가 변신 또는 융합을 꾀해간다. '디지털 라디오 방송'등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디지로그를 실현중이다. 더불어 라디오스타는 위상을 새롭게 세워가고 있다.

라디오 위기의 시대, 독보적인 활약으로 라디오 부활의 중책을 맡은 인걸들이 도내에도 적지 않다. 경륜의 라디오스타에서부터 떠오르는 신성까지, 보이는 곳에서 또는 막후에서 활약중인 스탭들의 활동상 등을 통해 라디오만의 고유한 영토를 지키려는 파수꾼들의 고뇌와 애환을 가늠해본다.

<MBC 이남식의 골든디스크의 이남식부장>

“평생 음악을 사랑하며 마이크 잡는 ‘쟁이’로 남고 싶습니다”

매일 오전 11시, 라디오 주파수를 FM 99.1에 맞추면 시그널 음악과 함께 어김없이 들려오는 매력적인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골든디스크의 이남식입니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선곡과 해설, 편안한 말솜씨로 도내에 청소년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랑받고 있는 그의 정확한 공식직함은 ‘전주MBC 라디오제작부 이남식 부장’이다.

그는 도내 라디오 DJ 가운데 경력과 실력면에서 최고를 자랑하지만 사실 라디오제작부에 소속된 프로듀서로 현재 ‘골든디스크’와 ‘943전망대’의 연출을 맡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무렵 송창식 등을 우상으로 삼아 시내 중심가에서 DJ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키워나갔다”며 “군대에 다녀온 후 전주 MBC가 개국하자마자 입사해 지금까지 라디오 진행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83년 3월 전주MBC가 개국할 당시 PD겸 DJ로 입사한 뒤 중간에 4년 정도의 공백기를 빼면 꼬박 20년을 라디오와 함께한 셈이다.

20년 이상 라디오를 진행한 DJ는 김기덕이나 이문세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사실 중장년층은 그를 골든디스크보다는 ‘이남식의 음악여행’으로 더 잘 기억할 수도 있다.

‘0시의 데이트’와 ‘팝스퍼레이드’를 거쳐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남식의 음악여행’을 진행했기 때문.

그는 “음악여행을 마지막으로 이후 3년간은 ‘시사전북, 오늘’ 등을 맡으며 연출에 몰입했다 올해 봄 개편 때 골든디스크의 DJ로 다시 돌아왔다”며 “그동안 마이크가 몹시 그리웠고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게되는 것을 보면 DJ가 천직인 것 같다”며 웃었다.

다시 DJ로 활동하며 그는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전문가로써 끈임없이 노력한다.

동기나 후배들이 이미 회사 중역의 위치에 있지만 정작 그는 평생 음악을 사랑하고 청취자와 대화하는 ‘쟁이’로 남고 싶단다.

“언젠가 마이크 앞에서 물러날 것이고 그 시기는 청취자가 정해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DJ로서의 인생이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 때가 올 때까지 열정을 쏟을 생각입니다”

20년 라디오 지기의 바람이다.

<'시사전북 오늘'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손우기씨>

“시사전북 오늘, 손우깁니다.”

후텁지근한 13일 라디오스튜디오가 있는 전주 MBC 3층. 한참 생방송이 진행 중이다. 매일 아침 8시 35분, 편안한 음성으로 놓치기 쉬운 지역문제와 소식을 짚어주는 시사전문MC 손우기씨의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눈에 띈다.

새전북신문 공채 1기로 법조, 경찰청 출입기자로 5년간 현장에서 뛰어온 손씨는 지난 2005년 KBS TV 패트롤 '무허가'에서 시사전문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6년 12월 지금 진행하는 정통 시사프로그램 ‘시사전북, 오늘’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도내에서 처음 ‘시사전문 리포터’라고 불린 그는 “신문기자생활을 한 덕분에 뉴스의 이면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싶다”고 말했다. 손씨는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기자시절 때처럼 지금도 주요 현장에는 직접 나가 취재를 한다. 그 덕분에 다른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달리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청취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시사전문가는 정신은 칼 같이, 정보의 눈은 천리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갖고 진행해야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죠.”

손씨는 2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청취자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사건의 진위를 알리기 위해서는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분짜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어느 날은 하루를 꼬박 세워 정보를 수집하고, 전화 인터뷰를 위해 작가의 몫인 섭외까지 직접 나서기도 한다고. 시사전문 MC로의 경력은 짧지만 스스로 ‘뉴스신드롬’에 걸렸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매순간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에는 진행 솜씨를 위해 말투나 억양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어느 날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제가 시사전문가로서 할 일은 스쳐 지나가는 문제까지 꼬집어 잘 못된 일은 바로 잡을 수 있는 공론화 장을 열어야 한다는 거예요. 진행 솜씨보다 청취자 입장에서 무엇이 궁금한지를 먼저 생각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키우는 자세가 우선이더군요.”

기본적인 자세를 묵묵히 생방송 현장에서 지키고 있는 손씨. 아직은 말이 꼬이는 등 방송 중간 중간 실수도 많지만 젊은 시각과 노력이 그를 강한 시사전문가로 만든 힘이다.

'시사전북 오늘'이 도내에서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도민들이 전북 현안에 대해 무관심한 점이 아쉽다면서 그런 의식을 바꿔 놓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JTV 매직FM ‘행복발전소' 진행자 장혜라씨>

천의 목소리로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우리 곁에 찾아오는 JTV 매직FM '행복발전소' DJ 장혜라씨.

장씨는 청취자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하는 그야말로 '엽기적인 그녀'다. ‘엽기, 발랄, 오버, 깜직’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답다고나 할까.

장씨는 요일별 게스트들과 1인 다역을 하고 때론 신경전도 벌여가며 청취자의 사연을 통해 함께 울고 웃는다.

목소리만 듣고 있자니 장씨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알고 보니 그는 미인대회 출신으로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방송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다. 프로답게 우스꽝스러운 목소리였다가 금세 우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팔색조 같은 장씨.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끼를 맘껏 발휘하는 그의 목소리 연기에 두 시간이 짧기만 하다.

3년간 ‘행복발전소’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그는 행복발전소를 거칠게 몰고 가는 엽기 PD 정혜강씨와 최수련 작가 등과 함께 유쾌한 방송을 만들어 가고 있다. JTV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모든 연령대의 사랑을 바든 행복발전소는 여전히 최고의 청취율을 자랑하고 있다.

꾸밈없이 라디오를 통해 온기를 전하는 장씨의 유쾌함에 빠져 지친 일상에서 탈출해 보자.

<전주KBS FM '이유의 노래의 날개위에'의 진행자 이유씨>

피곤함이 밀려오는 오후 4시.

차분하고 편안한 클래식 음악으로 산책을 하는 건 어떨까?

전주KBS FM대표 음악프로그램인 '이유의 노래의 날개위에'의 진행자 이유씨.

그의 나지막한 음성이 전파를 타고 일상에 지쳐 축 쳐진 어깨를 토닥여 준다.

작곡가 출신인 이씨는 92년부터 클래식 전문 MC로 활동해 왔다.

이씨는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해설을 곁들여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음악 등 편안한 음악들을 소개하거나 도내에서 열리는 음악회 소식까지 전해주고 있다.

금요일에는 '금요스페셜'로 음악의 아이템을 주제별로 엮어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는 영화, 연극, 무용 그리고 고전음악에서 컴퓨터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을 체계적이고 흥미롭게 산책할 수 있다.

항상 알기 쉽고 편안하게 진행하는 이씨. 따뜻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듯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를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 프로그램은 마니아가 많다.

이유씨는 이화여대 작곡과 출신으로 Veritas Musicae, 한국 여성 작곡가회, 이화 작곡가회 등의 회원으로 작품 활동하고 있으며 '92년부터 '고전음악 감상실', 'FM 가정음악' 등의 KBS 전주FM 프로그램 진행했고 현재 '이유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진행하고 있다.

/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 소수정기자 sjso@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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